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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칼은 손잡이까지도 칼날이에요. 남을 찌르려 하면 자기가 먼저 찔려야 해요" (불화하는 말들 中)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의 날카로움이 떠오른다. 시인들이 사랑하는 시인 이성복이 그 자신이 40여 년을 묵묵히 걸어온 '시'의 길에서 떠올린 말과 언어를 한데 모아 시론집을 엮었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학생들과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창작 수업에서 나눈 말들을 거르고 모아 산문과 대담, 시와 아포리즘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성복에게 시는 극지에 있는 것,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다 끝없이 실패하는 것(무한화서), 끝끝내 불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성복의 시 강의는 시종일관 온화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전개된다. 치열하게 시만을 생각한 어떤 시인의 사고는 이제 종교적 경지에 도달한 듯하다. 그는 극단적이지도, 흥분하지도 않은 어투로 문학을 말한다. "삶이란 속절없는 것, 그때문에 시가 속절없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함께 더듬더듬 따라 읽다 보면, 이성복이라는 시인의 시론이 비단 문학에 관한 이야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잘 읽고, 잘 쓰고, 잘 살고 싶은 이들이 아껴 읽기 좋은 생각들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