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말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를 통해 작은 변화가 어떻게 엄청난 흐름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하며 사회적 전염의 법칙을 밝혀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다시 한번 ‘티핑 포인트’를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은 변했지만, 어떤 변화는 의도적으로 설계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으며,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를 조종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행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것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설계자들’이 등장하여 특정한 흐름을 전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번 책에서 그들이 누구이며,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움직이는지를 파헤친다.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은 사회적 전염을 촉진하는 숨은 기술을 해부한다. 그는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감식'을 하듯이 다양한 순간들을 감식하여, 대중의 행동을 지배하는 트렌드를 만드는 설계자의 비밀을 찾아낸다. 기존의 법칙과 아울러, 25년 만에 변화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통찰로 세 가지 법칙이 추가되었는데, ‘오버스토리’, ‘슈퍼전파자’, ‘매직 서드’가 그것이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트렌드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말콤 글래드웰은 ‘전염’을 이해하는 것이 곧 세상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고 주장한다.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가득한 이 책은, 우리가 트렌드의 흐름 속에서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주도적인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클레어 키건, 수전 손택, 시그리드 누네즈, 버지니아 울프, 조앤 디디온...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번역가 홍한별은 20여 년 동안 100여 권 넘는 책을 번역해온 베테랑이다. 베테랑 직업인을 생각할 때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다. 치열한 고뇌를 들키지 않는 자연스러움이나 매끄러움 같은 것이랄까, 오랜 세월 담금질 당한 사람 특유의 달관 같은 것. 그가 번역에 관한 에세이를 썼다고 했을 때, 그의 글에서도 그런 묵묵한 매끄러움이 담겨 있으려니 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마주한 것은 의외로 그가 긴 세월 해온 작업의 불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좀체 손에 잡히지 않는 번역이라는 대상에 대하여. 그가 아름답게 토해내는 번역의 모호함에 대해 읽으며 그간 번역이라는 일이 어떤 막막함을 품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음을 깨달았다.
해보지 않은 이들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이 막막함을 설명하기 위해 홍한별은 <모비딕>에서의 흰 고래 묘사를 은유로 활용한다. 나의 언어로 닿을 수 없는 원본에 대한 설명, 덧칠로 완성 불가능한 흰색... 그리고 그는 바벨탑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베니스의 상인> 등 수많은 텍스트들 사이를 건너가며 번역을 설명하고 비유하고 해부한다. 오랜 시간 동안 언어와 사투하며 마주한 벽들에 관해 쌓아온 생각들이 푹 익은 채 이어진다. 실재와 언어와 문장과 책의 우주, 그 깊은 어딘가에서 고뇌하고 좌절하며 무언가를 살려내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떻게 지금까지 번역가의 세계가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던가 의아해진다. 그간 읽어온 책들, 저자 이름 옆에 박혀있던 이름들을 왠지 아련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떠올려보게 된다.
현대미술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박이도 작가는 어느 날 미술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한 중학생을 만난다. 그 중학생은 박이도 작가에게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작가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일이 '죄송'까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어째서 그림 그리는 일이 어려운 일이 되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고백하건대 백지를 주며 집을 그려보세요, 나무를 그려보세요, 사람을 그려보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3세 아동이 그릴 법한 집과 나무와 사람을 그린다. 가정통신문에 "색칠을 대충 합니다."라는 말까지 들어보았던 터라 그림 그리기는 솔직히 내게 무서운 일 중 하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그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건 답답한 일이지만 이미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기에 자포자기하고 만다. 아마 나도 예술가 앞에 그림을 내놓는 일이 발생한다면 죄송하다고 말할 것 같다.
작가는 그림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사물 사과를 그려보자 제안하며 100가지의 이색적인 방법을 보여준다. 꼭지로만 그린 사과, 잎으로만 그린 사과, 그림자만 있는 사과...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해지고 4B 연필을 쥐어 보고 싶다. 100개에 포함되지 않은 더욱 특이한 여러분 만의 사과를 그려보자.
<날마다 만우절>(2021년 출간,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후 4년 만에 출간된 윤성희 소설집. 이른 봄에 내리는 눈처럼 삶이란 갑작스럽다. 가게는 망하고, 사람은 아프고, 사고로 죽고, 부모는 이혼하고 그러면서 삶이 터덜터덜 굴러가는데 기념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주 생일과 기일을 마주친다. 진짜 생일일 때도 있고, 가짜 생일일 때도 있고, 친구 생일일 때도, 모르는 사람의 생일일 때도 있다. 기념일을 맞아 작은 파티를 하는 순간 시간이 느려지고, 인물들은 그렇게 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노부부의 발걸음에 맞춰 숨을 쉬어보니 천천히 흘러가는 세상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지금 재생 속도는 0.25배야. (249쪽, <보통의 속도>)
유튜브 주식 강의를 1.5배로 설정하고 보는 세상의 속도에서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튕겨져 나왔다. 이들이 화가 날 때 하는 일은 평행봉 선수가 되는 상상을 하기,(<타임캡슐>) 죽고 싶어질까 봐 하는 일은 짝짝이 양말 신고 등교하기, (<자장가>) 외로울 때 하는 일은 엄지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바람 불어보기(<보통의 속도>)이다. 긴 문단이 유려하게 흐르며 이렇듯 실없는 장면들이 반복되는데, 이 싱거운 리듬이 자꾸 떠오르고 이윽고 슬퍼지는 신비로움이 윤성희 소설의 맛이다. 평행봉 선수처럼 눈을 감고 이 소설의 장면을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피식 웃게 되고, 그렇게 삶이 조금 느리게 흐른다. 좋은 소설을 만난 소설 독자에겐 오늘이 생일이다.
<눈부신 안부>, <여름의 빌라> 백수린 네번째 소설집. 백수린의 소설 속 여성들은 빛에 홀려 빛을 따라 걷는다. 서술자는 단정하고 고요한 문장으로 내면의 소용돌이를 포착한다. 이 포착을 위해 백수린의 소설이 사용하는 방식은 최대한 정확하게 장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수록작 <아주 환한 날들>에서 손녀가 맡기고 간 '앵무새를 목련 송이처럼, 조금만 힘을 주면 망가지는 봄날의 목련 송이처럼' (32쪽) 손바닥에 담는 순간 자기 규칙 대로만 살아온 노년 여성의 마음엔 목련 송이처럼 무언가가 내려앉을 것이고, <빛이 다가올 때>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이모와 산책을 하며 언니가 '사방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환하고, 온통 부드러운 흰빛이라고. 눈 위로 떨어져 내리는 햇살은 아주 연한 노란색이라고'(69쪽) 묘사하는 순간 두 사람의 걸음에도 부드러운 흰빛이 쏟아졌을 것이다. 백수린의 소설을 읽으면 이렇듯 화사한 묘사가 읽는 사람의 손 끝에도 빛처럼 내려앉는 것 같다.
봄밤을 서성이며 백수린의 소설을 읽었다. 책을 받아든 후 일주일 동안 자기 전에 한두 편씩 수록작을 읽었는데, 소설 한 편을 마무리한 후엔 잠시 멈추어둔 채로 소설의 장면들을 상상했다. 개가 튀어오르는 장면,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장면을 떠올리던 어떤 밤엔 때론 뒤늦은 눈이 왔고, 때론 밤산책에 걸맞게 온도가 적절했다. 다음 봄밤에도 이 장면들과 그때의 마음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소설이 마음 속에서 계속되었다.
눈이 쌓인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소설집을 봄이라는 제목으로 감싼 것을 두고 백수린은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의 삶이, 이 세계가, 겨울의 한복판이라도 우리는 봄을 기다리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봄이 온다고 믿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266쪽)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그 믿음이 내게도 번져와 백수린 소설의 독자인 나 역시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또다시. 이럴 때일수록 이 봄엔 희망에 대해 조금 더 말하고 싶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215쪽)는 소설의 믿음이 독자에게 번지길 고대하며 이 책을 독자의 봄밤 곁에 놓아본다.
양심냉장고, 몰래카메라, 마이 리틀 텔레비전, 남자의 자격, 도시 어부... 코미디언 이경규 하면 누구나 떠올릴만한, 대한민국의 대표 프로그램들이다. 그의 방송은 1990년대부터 2025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말만 현역이 아닌, 진짜 제대로 된 현역 방송인인 셈이다. '예능 대부' 이경규는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어떤 삶을 꿈꾸는가? 대한민국의 대표 코미디언, 평생 현역 이경규의 삶이 이 책 안에 빼곡히 들어 있다.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겪은 실패와 성공, 그리고 그 과정에서 터득한 인생의 지혜를 담백하게 풀어낸다. 익살스러운 문체 속에서도 깊은 성찰이 녹아 있으며, 특히 유머를 통해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마치 한 편의 토크쇼를 보듯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문득문득 가슴을 울리는 문장이 등장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도 어느새 진지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이 책처럼, 그의 삶이 완벽히 녹아 있어 독특한 개성이 있는 그의 코미디도 더 많은 이들에게 더 각별히 사랑받길 바라본다.
이 책은 아이가 유치원과 학교에서 좌절을 겪을 때, 양육자가 어떻게 위로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줄지 조언하는 그림책이다. 정답이라고 알려진 뻔한 이야기를 제시하기보다, 아이가 경험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시각을 길러주며, “남들이 말한다고 꼭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고, 착하다고 늘 참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배우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매튜 맥커너히가 자신의 세 아이를 위해 쓴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유아·어린이책 1위에 올랐다. 일러스트레이터 르네 쿠릴라는 글과 어우러지는 그림을 재치있게 그려 음미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겁이 많은 양육자와 어린이에게 유익한 가르침을 주는 그림책.
기묘한 평면도 한 장을 바탕으로 그 집이 지어진 이유와 거기서 일어난 무서운 일에 대한 충격적인 부동산 괴담 <이상한 집>의 출간 이후, 저자 우케쓰는 일본 전역에서 ‘집’과 관련한 수많은 제보를 받는다. 어디로도 통하지 않는 복도, 움직이는 벽, 갑자기 사라져 버린 방…. 이상한 집들이 상상 이상으로 전국에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이상한 집들에 대한 제보를 쫓아 전국을 누빈다. 그리고 그렇게 수집한 이야기들을 살펴보는 가운데 어딘가 수상한 위화감을 느낀다. 11개의 평면도, 그리고 그에 얽힌 11개의 이야기. 서로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것들 사이의 희미한 연결점을 더듬어 도착한 끝에는, 상상 이상으로 섬뜩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평범한 평면도만으로 엄청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부동산 미스터리’라는 신기원을 연 <이상한 집>, 그 두 번째 이야기. 전작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진 분량, 더 다양한 평면도, 교묘하게 감춰진 비밀과 섬뜩한 수수께끼까지, 작가의 성장을 확실하게 보여 준 이 작품은 2025년 일본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누구에게나 안전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집’, 그 안에 숨겨진 소름 끼치는 비밀을 ‘평면도’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풀어내 뛰어난 가독성과 생생한 공포를 이끌어내는 놀라운 책. 저자는 책 서두에서 “꼭 추리하면서 읽어 보길 바란다.”고 말한다. 11장의 평면도는 독자 모두에게 숨김없이 공개되어 있으니, 이상한 집에 얽힌 미스터리에 정면으로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예술가 48인의 꽃에 대한 생생한 탄성이 담긴 꽃 화보집이다. 강렬한 화풍의 마티스가 그린 온화한 꽃 그림부터 몬드리안의 정적이면서도 극적으로 보이는 화병, 인상파 서양화가에 영향을 끼친 하세가와 게이카의 거미와 닮은 국화, 가위질로 3차원의 꽃을 표현한 종이 오림 기법의 그림까지. 책은 꽃의 조형적 구조가 주는 율동감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캔버스에 실은 화가들의 다채로운 이야기와 108점의 그림을 친절한 해설과 함께 담았다.
시대를 불문하고 '꽃'은 화가들의 새로운 공정 기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그 자리에 멈춰준 가장 섬세하고 완벽한 피사체임을 드러낸다. 겨울 햇빛을 좇아 높게 솟은 꽃부터 까만 밤 달빛 사이로 하얗게 빛을 내는 꽃까지 어느 한 시대, 순간에 꽃을 바라보았던 작가들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작가마다 고유의 방식으로 그려진 꽃들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색채를 뽐내며 마지막에는 매혹적인 향기를 코끝에 남기는 듯하다. 이 계절 당신의 마음을 밝혀줄 생명의 기쁨이 담긴 책을 만나보자.
나는 어떤 일이든 누군가에게 맡길 때 내가 먼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업무를 전달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직접 해본 후에 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며 일을 맡긴다. 그래야만 업무 진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해결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팀을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생각은 어떤 일에 임하든 내 철학이자, 일하는 방식의 핵심이다. 여기 직원으로 시작해 회사의 대표에 이르렀지만 아직 '사장'이란 이름으로 일하는 한 사람이 있다.
<일하는 사장의 생각>은 식당 직원에서 시작해 연 매출 400억 원의 브랜드를 만든 청기와타운 대표 양지삼의 현실적인 조언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창업 지침서가 아니라,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겪은 문제들과 그 해결 과정, 그리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법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창업 후 맞닥뜨린 첫 번째 위기 극복법, 고객을 확보하는 과정, 핵심 직원을 양성하는 방법 등을 상세히 풀어놓는다. 또한, 단순한 성공론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조언'을 제공하며, 장사는 버티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장사 체력을 키우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모든 것은 처음엔 직원이었고, 지금도 '사장'이란 이름으로 일하는 직원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의 사업을 운영 중인 사장님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법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고 꾸준히 성장하는 사장이 되는 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업을 오래 지속하고 싶다면, 그리고 조직을 탄탄하게 만들고 싶다면 당신의 책장에 꼭 있어야 할 책이다.
책은 실비아 플라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앨 앨버레즈는 그의 동료였다. 실비아 플라스는 '비극적으로 자살한 예술가'의 대표격으로 소환되며 삶을 마감한 순간의 자극적인 이미지로 끝없이 회자되지만 앨버레즈는 그의 죽음에서 단편적 이미지 너머의 이야기들을 발굴한다. 실비아 플라스의 삶과 시에 죽음이 어떻게 방문했는지, 그의 문학적 천재성과 자살이 어떻게 엮여 있었는지 과감한 추측을 하며 책은 자살 연구의 막을 올린다.
앨버레즈는 자살을 숭상하거나 매도하지 않고 분석한다. 자살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 왔다. 그는 죽음과 자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훑는다. 그리고 예술가들과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 들려준다. 저자가 쓴 것처럼 "죽음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지만 우리를 솔깃하게 한다." 역사 속 예술가들의 자기 파괴에 관한 내용은 금기된 이야기 특유의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출간 이후 4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괴리감 없이 읽히는 책이다.
188만 부를 돌파한 <위기 탈출 도감> 시리즈가 1권보다 더욱 진화한 2권으로 다시 돌아왔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만나는 위기의 순간들 중,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들만 쏙쏙 골라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위기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강하게 생기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위기 감정 그래프'를 새로 도입했다.
선생님을 엄마라고 불렀다, 핫도그가 빙빙 돌아 케첩을 흘려버렸다, 모르는 사람의 손을 잡았다, 옷을 앞뒤 거꾸로 입었다, 옷을 뒤집어 입었다, 케이크가 쓰러져서 딸기까지 굴러떨어졌다, 동물과 대화하는 모습을 들켜버렸다...
1부터 100까지의 위기 수준별 상황들을 재치 있게 그려내어 아이와 어른이 함께 공감하며 즐길 수 있다. 일상과 매우 밀접한 위기 상황들이어서 "이런 일이 있었지!" 고개를 끄덕이며 빠져 읽게 된다. 소소한 멘트, 얼굴 표정까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유쾌한 그림책이다.
이어령 선생이 떠난 지 3년, 그의 마지막 기획이 세상에 나왔다. 그가 남긴 수백 권의 책들 중 '이어령 말의 정수'라 할 만한 글을 추려 한 권으로 엮었다. 주제에 따라 짧게 짧게 구성된 글들엔 이어령 특유의 통찰과 지혜가 넘치게 담겼다. 이어령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겐 그의 정신을 다시 한번 느낄 기회이고, 이어령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겐 그의 지성에 처음 닿을 수 있는 기회다. 지성과 지혜는 시대와 상대를 초월한다. 그의 글은 변함없는 울림을 준다. 필사가 유행인 요즘, 이 책을 또박또박 따라 쓰며 어지러운 세상, 흔들리는 정신의 지지대를 세워봐도 좋겠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선물하기에 손색없는 책이다.
도쿄 인근의 작은 도시 기쿠노. 그곳 상점가의 식당 나미키야는 단골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식당이다. 나미키야의 주인 나미키 유타로와 마치코 부부의 딸 사오리는 친절하고 명랑한 소녀로 자라 손님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던 사오리는 고장에서 꽤 이름난 자산가이자 프로듀서인 니쿠라의 눈에 띄어 가수 데뷔를 준비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본격적으로 데뷔를 눈앞에 두었을 때 사오리는 갑자기 실종되어 버렸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조용했던 마을이 증오와 울분에 휩싸인 그때 경찰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주시하고 있는 하스누마가 기쿠노에 나타나고, 사오리를 기억하고 사랑하던 마을 사람들은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시리즈 누적 1,500만 부가 판매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 시리즈 ‘탐정 갈릴레오’ 9편. 전편 <금단의 마술>에서 사건 종료 후 돌연 미국으로 떠난 유가와 교수는 정교수 되어 돌아왔고, 그사이 구사나기 역시 경찰 조직 내에서 승진했다. 이번 작품의 주요 플롯은 미스터리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불멸의 명작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다분히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 속의 미스터리가 옛 걸작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미스터리가 명명백백 밝혀진 것 같은 순간에도, 탐정 갈릴레오는 마지막까지 의혹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친밀한 이방인>(드라마 <안나> 원작소설)의 정한아가 8년 만의 장편 소설로 3월 독자를 만난다.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된 파국이 연쇄적으로 번져나갔던 전작처럼 신작의 주인공 '이마치'도 남을 속이는 인물이다. 전작의 인물들과 차이가 있다면 그는 속임으로써 인정받는 인물이라는 것. 연기자로 크게 성공한, 개인적인 삶에 모두 실패한 60대 여성 배우 이마치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대안적인' 가상현실 치료를 받기로 한다. 과거의 어느 시점의 스스로를 만나, 자기 자신이 출연하는 연극의 무대에 선 이마치는 스스로를 찾기 위해 마지막 연기를 펼친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연기였다. 다른 사람이 되는 것.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것.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것. 연극은 십대 시절 그녀가 경험한 유일한 환희였다. (28쪽)
동두천 뒷골목의 클럽, 어둠과 자유와 환락이 있던 극장, 아파트 60층을 향해 무한히 뻗은 계단, 디자인 하우스 같은 노란 진료실, 야구공이며 레고 같은 실종된 아이의 물건이 보존된 방 등 무대 장치 같은 공간을 오가며 이마치는 삶의 곡절을 연기한다. 존재감이 대단한 배우는 <모비 딕>의 바다를, <햄릿>의 궁정을 스스로의 연기만으로 눈앞에 그려낼 수 있다. 이야기를 장악한 스토리텔러 정한아는 독자를 '이마치'라는 배우의 삶을 목격하는 관객의 자리에 위치시킨다. 아들을 잃은 비통한 여배우,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사랑하지 못한 여성, 언니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 아이, 모친에게 학대당한 아이를 오가는 강렬한 드라마의 끝에서 독자-관객은 이 불운한 인물의 기억에 자신의 삶을 포개는 경험을 하고, 마침내 대단한 극 한편을 보고 나온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개운한 얼굴로 책장을 덮게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표어로 새로운 희년을 선포했다. <희망>은 교황이 약 6년에 걸쳐 직접 집필한 첫 공식 자서전이다. 교황의 삶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개인사를 넘어 전 세계 교회와 인류, 그리고 더 나아가 미래 세대에 전하는 '희망과 기다림'에 관한 당부 메시지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유년기의 다양한 경험, 젊은 시절에 했던 고민과 실수에 대한 솔직한 고백, 교황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교황 재임 중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해 했던 노력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꿈꾸는 모든 것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들과 함께 담겨 있다. 교황이 삶의 순간마다, 걸음마다 잊지 않고 간직해온 '희망'의 여정이 그의 쉽고도 따뜻한 문체로 펼쳐진다. 종교를 초월해 모든 이들을 아우르는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깊은 깨달음과 위로의 순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씨앗이 되어줄 것이다.
AI의 가장 대단하고 무서운 특성은 스스로 학습한다는 점일 것이다. 기계 학습은 어떻게 가능한가? 당연하겠지만, 기계학습엔 수학이 쓰인다. 이 책은 기계 학습에 사용되는 수학에 대해 설명한다. 로젠블랫의 퍼셉트론에서부터 현대의 심층 신경망까지, 책은 AI 알고리즘을 떠받치는 수학의 여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AI에 관한 책이 많아지고 있지만 대체로는 미래 예측, 윤리, 철학, 비즈니스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AI의 등장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보다 AI의 근본 원리에 관해 더 깊은 의문이 들었던 이들에겐 이 책이 단비가 되어줄 것이다. 202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은 "걸작"이라며 상찬했다.
온갖 학원이 다 모여 있는 6층짜리 만능빌딩. 주인공 재이는 만능빌딩 내 수영장, 태권도, 영어학원, 수학학원 등 각종 학원에 다닌다. 재이에게 '똥구멍'이라고 놀린 친구 선우를 아빠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한 후로 둘은 멀어진다. 외톨이가 되어버린 재이는 만능빌딩 6층에서 우연히 욕쟁이 할머니를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학원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관계의 진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빡빡한 학원 스케줄에 시달리는 아이들, 아이들의 싸움에 어른이 과도하게 개입하여 틀어져 버린 친구 관계, 학교폭력위원회 1호 조치로 회복이 어려워진 교실 분위기.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 <한성이 서울에게>의 작가이자, 초등학교 교사,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인 이현지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현주소를 실감나게 그린다. 아이들이 부모의 도움 없이도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스스로 깨우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성적보다 중요한 가치인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과 먼저 손 내는 용기를 전한다.
창비청소년시선 시리즈 10주년, 50번 시집 출간을 기념해 20명의 시인이 저마다의 시절에 관한 시절시집을 엮었다. 김소형, 김현, 민구, 박소란, 박준, 서윤후, 성다영, 신미나, 양안다, 유계영, 유병록, 유희경, 임경섭, 임지은, 전욱진, 조온윤, 최지은, 최현우, 한여진, 황인찬이 참여해 각각 세 편의 시절 시와 시작노트를 내놓았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수강생 미자는 강사인 시인에게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회고하는 과제를 받는다. 과제를 생각하며 그는 이 햇살이 어제의 그 햇살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아름다움'의 순간이 언어를 만나면 '시인 줄 모르고 시의 마음을 품었던' 그 시절이 생생해진다. 시절시인들에게 시는 운동장이고 떡볶이고 도넛이다. 여는 글을 대표해 적은 시인 유희경은 시의 기분을 이렇게 바꾸어 적어본다.
등에 쓴 이름을 읽어보는 일
밤이 좋아지는 방법
분홍의 세계에 빠져드는 일
쌀떡과 밀떡의 기분을 구분해보려는 노력
역시 시란, 도넛을 나누는 기분...... (6쪽)
시인의 시를 읽어 보고, 한 줄을 따라 적어 보고, 시를 적은 편지를 보내고, 마침내 나의 시까지 도달해보는 기분을 쥐어보기에 알맞은 시집이다. 시의 마음을 품은 새시대의 시절 시인들에게 이 시집을 소개해본다.
미국 플로리다의 부유한 해변 도시에서 연방 법원 판사와 그의 경호원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발견된 곳은 판사의 집 안. 경호원은 가슴에 9밀리 총탄 두 발을 맞았고, 판사는 여러 차례 칼에 찔렸다. 판사의 시신에는 구멍이 뚫린 검은 안대가 씌워져있었고, 시신 위에는 ‘레스 입사 로키토트(Res ipsa loquitor, 사실추정의 원칙)’라 쓰인 카드가 놓여 있었다. 판사의 판결에 불만은 품은 누군가가 판사의 집에 침입해 경호원과 판사를 살해한 뒤 메시지를 남겨놓은 것일까.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경호원의 시신 목구멍에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슬로바키아의 옛 지폐 다발이 쑤셔 넣어져 있었던 것이 발견되고, 경호원이 소속된 보안 업체의 창립자가 슬로바키아 출신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3년 전에 실종되어 현재 그 딸이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건은 점점 더 크고, 복잡해진다. 과연 이 악랄한 공격이 노린 진짜 과녁은 누구인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야 할 사건임을 직감한다.
전 세계 1억 5천만 독자를 열광시킨 데커 시리즈 최신작. 미식축구 시합 도중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뒤 ‘과잉기억증후군’으로 불리는 절대적인 기억력을 가지게 된 에이머스 데커와 그의 새로운 파트너 프레더리카 화이트가 미궁에 빠진 사건의 진실을 좇는다. 옛 파트너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자신의 뇌에 새로운 이상 변화가 감지되었다는 인지연구소의 검사 결과 등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데커는 초능력에 가까운 기억력과 추리로 일견 상투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던 사건 이면의 진실에 다가간다. 시리즈의 오랜 팬뿐만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에이머스 데커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까지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압도적인 스릴러.
19세기 초 영국 요크셔, 일찍 부모를 잃고 가난한 사제인 숙부의 손에 자란 캐럴라인은 방직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로버트 무어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 로버트 역시 캐럴라인을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당시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마음에 여유가 없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기계에 밀려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은 로버트의 공장을 습격하고, 로버트는 큰 위기에 처한다. 그때 킬더 가문의 상속녀인 셜리가 오랫동안 비워 뒀던 요크셔의 저택에 나타난다. 자유분방하고 적극적인 성격인 셜리는 어려움에 놓인 로버트를 선뜻 도와주고, 캐럴라인과는 사회적 지위와 성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친밀한 사이가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서 셜리와 로버트가 사랑에 빠졌다는 소문이 돌고, 로버트를 사랑하던 캐럴라인은 이 소문에 가슴을 졸이는데….
샬럿 브론테가 남긴 네 편의 장편소설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이 알라딘 북펀드를 통해 처음 국내에 출간되었다. 작품은 출간 당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긴 하였으나, 당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했다. <제인 에어>의 성공 직후 쓰여진 이 책은 전작의 독자로써 예상할 수 있었던 샬럿 브론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샬럿 브론테의 가장 혁신적이며 페미니즘적인 소설’이라고 재해석되어 다시 읽히고 있다. 격변하던 19세기 영국의 상황과 그 속에서 살아가던 개인들, 특히 여성들의 삶을 다룬 작가 유일의 역사소설이자 사회소설을, 19세기 말 20세기 초 북 일러스트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에드먼드 뒬락의 1905년 판본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으로 선보인다.
주인공 이름은 '제갈호', 사람들은 '가로'라고 부른다. 오랜 입원 생활로 혼자 빙고하는 기술을 터득하여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보이는 천장의 정사각형 총 16칸으로 빙고 놀이를 한다. 병원 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다가 우연히 누군가의 메모를 발견한다. 메모 작성자는, 본명이 '오새롬'인 '세로'다. 가로와 세로는 메모를 교환하며 우정을 다져 나간다.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고학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4x4의 세계>는, 가로가 세로를 만나면서 자신의 세계를 점차 확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장편동화다. 가로와 세로 둘만의 책, 메모, 빙고, 그리고 우정에 관한 뭉클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주변 인물들의 사람 내음 가득한 이야기가 곳곳에 채워진다.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손 메모와 빙고를 매개로, 가로와 세로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4x4 사각의 좁은 세계가 둥글고 넓게 변해가는 과정에 노인경 작가의 온화한 그림이 더해져 한층 더 빛을 발한다.
2024년 6월 19일, 엔비디아는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등극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역사적인 성과 뒤에는 31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젠슨 황이라는 인물이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AI 시대가 도래하기 훨씬 이전부터, 젠슨 황은 GPU의 잠재력을 예견하고 끊임없이 투자해왔다. 그는 "누구보다 큰 노력을 기울이고 누구보다 큰 고통을 견뎌내는 의지와 회복력"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그리고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젠슨 황'은 농담을 던지며 인터뷰에 응하게 되는데, <엔비디아 레볼루션> 이 책이 그 결과물이다.
<엔비디아 레볼루션>은 젠슨 황과 엔비디아의 31년 역사를 가장 깊이 있게 조명한 최초의 기록이다. 창립 초기부터 수많은 위기와 도전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해왔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세계 최강 반도체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을 파헤친다. CUDA 개발을 둘러싼 내부의 극심한 반대, CPU 중심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AMD와 인텔 등 쟁쟁한 경쟁사와의 치열한 전투, 그리고 엔비디아 내부의 독특한 기업 문화까지 100여 명의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엔비디아의 성공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한, 젠슨 황이 어떻게 ‘최고의 기술자이자 사업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그의 사고방식과 경영 철학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성공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마다 반등할 수 있는 비즈니스 지혜를 얻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화장실 변기를 닦던 소년에서 세계 최고의 CEO가 된 젠슨 황의 삶, 파산 직전에서 수십 번 기사회생한 엔비디아의 극적인 스토리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다만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마라"는 젠슨 황의 철학은 오늘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당신의 손이 닿는 곳에 이 책이 자리하길 빌어본다.
2025년 3월 21일, 청명한 하늘, 따뜻한 햇살. 오늘은 이 책을 읽기에 그야말로 완벽한 날씨였다.
비장애인 저자 하은빈은 근육병을 가진 장애인 우와 연애를 했고, 우의 가족과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다 5년 만에 헤어졌다. 짐작하다시피 이 문장 뒤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온통 문턱 높은 세상, 멈춤 없이 진행되는 병의 결말에 대한 두려움, 둘로서 완벽한 듯하던 사랑, 자신과 서로를 단단히 믿는 동안에도 동시에 존재하는 불안... 하은빈은 그들이 지나온 시간이 남긴 혼란과 의문을 여전히 붙든 채로 그 시간을 돌아본다.
감정이 이끄는 글 특유의 속도감과 흡입력을 가진 책이지만 과도한 감정에의 휩쓸림을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저자의 글쓰기 근력이 무거운 중심을 지키고 있다. 어떤 책은 설명을 덧불일수록 멀어지고 말기에, 짐작과 예상을 멈추고 먼저 읽어보라는 말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