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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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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스러운 속편"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무척 재미난 책이었다. 온갖 신기한 생물들과 그보다 더 신기한 물건들이 끝없이 등장하고, 그 모든 소재들이 신기한 공간들 속에서 재미난 모양으로 배열되었다. 사실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사물과 사건을 끊임없이 내놓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우선 신기하다고 내놓은 게 사실은 별반 신기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데다가, 한두 가지 설정이 먹힌다고 해서 나머지 설정들도 다 성공하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신기한 것들을 발견하고 묘사하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말하자면 성공적인 판타지 우화 소설이란 아름다운 앤티크 상점 같은 것이다.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을 매입하는 안목과 그것들을 손님의 동선에 따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당연히 세상의 모든 앤티크 상점이 아름답지는 않다. 아름답다고 해도 등급이 있다. 그리고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최상급의 멋진 가게였다.

    전작에서 온갖 난장판 끝에 불타버린 부흐하임으로 이백 년만에 돌아온 멋쟁이(?) 작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는 도시의 새로운 모습에 놀란다. 인식론적인 함정이 있는 연극, 도시 지하에 있는 책의 바다가 보여주는 또다른 생태계, 전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상한 미로... 이 새롭고 신기한 보물들을 헤치며 상자 속을 행진하는 우스꽝스러운 친구들. <꿈꾸는 책들의 미로>는 사랑스러운 속편이다. 재밌는 발상들에 비해 스토리가 허전하긴 하지만, 꼭 최고가 아니더라도 사랑스러울 수는 있는 법이다. 특히나 전작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 소설 MD 최원호 (201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