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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되고, 여성 노인 킬러가 되기도 하며 환상, 추상, 실재, 세계를 넘나드는 구병모 소설집. 모녀서사, 외계 존재, 고령화, 노동 문제, 돌봄 공백을 아우르는 소설 <니니코라치우푼타>처럼, 주제와 문제의식을 넘나드는 구병모스러운 소설을 엮었다. 이 소설이 주로 태어난 시기는 비대면 시대 삼 년. 작가는 모든 게 너무 많은 이 시대에 대해 '이대로는 좀 아닌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뭐가 아닌지 말해보라면 순식간에 그것이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 아닌지 모르게 되고 마는 상태'(265쪽, 작가의 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이 세계를 반영한 소설을 통해 묻는다. “이런 세상인데 무슨 일이든 못 일어나겠느냐고요. 안 그렇습니까?”
중위연령이 61세에 달하는 <니니코라치우푼타>의 세계에선 요양기관의 재정난으로 인한 안락사 허용 요청이 있을 법하다. 별안간 등 뒤에서 내 몸을 친 불가사의한 존재들로 인해 언어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노커>의 세계에선 누군가 등을 두들겼다는 이유로 말을 잃은 대면 노동자는 직업을 잃게 될 것이다. 반복되는 전염병으로 이동이 특권층의 것이 된 <이동과 정동>의 세계에선 바다에 잠긴 소멸국가 출신 이민자들을 어느 수위로 배척할 것인지를 두고 온정주의자가 강경주의자가 논쟁을 벌일 것이다.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 세계지만 모든 일이 있을 법하다. 전 지구가 이상고온으로 지글지글 끓는 여름, 더위를 아웃소싱해 적절한 금전을 지불하고 내가 겪어야 할 더위를 다른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미래를 우리가 상상해오지 않았던 것처럼. 이야기는 가깝고 이해는 멀다. 서늘하고 통쾌한, 구병모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