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서상 후보작, 김보영 SF"
2023년 진행될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비인간'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인간적 초상을 나란히 그려낸 점'을 높게 평가받으며 한국 SF 최초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김보영의 소설이 (그는 2000년 즈음 이 이야기를 처음 시작했다고 한다.) 23년 만에 시기적절하게 한 권의 이야기로 마침표를 찍는다. 2005년 발표된 '종의 기원' 시리즈에 신작 중편 '종의 기원담 :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를 더했다.
김보영의 이야기는 반대편에서 (비인간 - 인간이 아닌 로봇 - 비로봇으로 대립항을 만든다면 어떨까.) 우리가 놓인 자리를 바라본다. 시점을 옮기면 세계가 낯설어진다. "어째서 로봇은 자신이 창조되었다는 상상에서 안정을 얻지?"(14쪽)라는 질문에서 이야기가 발생한다. 인간이 진화했고 로봇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로봇이 진화했고 인간을 창조한 것이라면? 이 세계에서 생명의 근원은 공장이고, 로봇을 위한 창세기가 암송되며, 힘의 신 뉴턴과 시간의 신 아인슈타인은 섬김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열등'한 네 자릿수 로봇 '케이'가 자신들의 종족의 기원을 찾아가는 활극은 유기생물인 우리가 비로봇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김보영은 '무기생명에 대한 내 개인적인 헌사며, 곧이곧대로 기계생명을 향한 찬가'라고 이 소설의 의미를 설명한다. '놀랍고 매력적이다. 한국어 원문을 읽고 싶다.'라고 말한 굿리즈의 리뷰어는 우리를 부러워할 것이다. 시기적절한 소설이 한국어로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마침내 도착했다.
- 소설 MD 김효선 (2023.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