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2022 부커상 최종후보작"
지나간 사랑의 모습은 일상과 단절된 기억 속에 유물처럼 자리 잡고 때때로 미화된 광채를 내뿜기 마련이다. 그러나 루시 버튼이 그리는 과거의 사랑은 그런 모습이 아니다. 결혼해서 20년을 함께 살았고, 헤어진 후 각자 재혼했지만 두 딸을 함께 키우며 일상을 공유해온 존재. 이제 일흔에 접어든 전 남편 윌리엄에 대해, 루시는 쓴다. 수십 년을 뉴욕에 함께 살았지만 "맞춤 정장을 입듯" 맨해튼 한복판의 생활에 착 맞춰들어가 “어떤 것도 자신을 해칠 수 없다”는 태도로 삶을 대해온 윌리엄에 비해, 스스로 "밑바닥 출신"이라 여겨온 루시는 단 한 번도 뉴욕에서 "진짜로 살았던" 것 같지 않다. 두 사람은 너무도 달랐다.
서로가 서로의 집이 되어 주고 있다는 안정감으로 충만했었던 마음과, 서로의 치부를 가장 예리한 말로 공격하다 남은 깊은 상처를 회상한다. 남편이 내려준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잠시 모든 갈등을 묻어버리던 순간도 있었다. 마침내 이혼을 결심했을 때에는, 헤어짐의 고통과 그에 따를 책임이 죽을 만큼 두려웠지만 또 생은 계속되었다. 과거의 인연이기에 온전히 음미할 수 있는 순수했던 사랑의 감정과, 그와 동시에 엄습하는 더 이상 그와 함께이지 않다는 것에 감사하며 안도하는 마음. 그렇게 윌리엄은 루시에게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았다. 그리고 노년의 윌리엄과 함께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루시는 그에 대해 반드시 무언가를 써야만 한다고 마음먹는다. 일순간에 풀린 미스터리가 루시에게 진정한 해방감을 선사했기에.
- 소설 MD 권벼리 (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