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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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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많은 괴로움을 억지로, 결국 별안간 브로콜리가"
    잠에서 깨어난 나는 휴대폰을 확인해 두 개의 메시지를 확인한다. 남자 친구의 오른손이 브로콜리가(초장과 함께 먹으면 맛이 좋은, 우리가 아는 그 브로콜리다) 되었다는 것과 안필순 할머니 댁의 말자(회색앵무)가 죽었다는 것. 초현실적인 소식과 일상적인 소식이 교차하며 그렇게 '이유리 유니버스'는 시작된다. 브로콜리가 된 손을 어떻게 해야 하지? 호들갑을 떨면 손에서 가루가 떨어지진 않을까? 괜히 내 오른손을 내려다보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당연하게 한 '세계관'을 독자가 납득하게 한다. "너무 많은 괴로움을 자꾸만 억지로 삼키다 보니 그 기관이 고장나서, 괴로움을 그대로, 그대로 받아들이다 결국 어느 날 아침 별안간 브로콜리가"(101쪽, <브로콜리 펀치>) 되는 이 세계. 소설가 구병모, 박솔뫼의 추천처럼 묘하고 매력적이다.

    <빨간 열매> 속, 유골함을 화분으로 만들어달라는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자 식물로 다시 자라난 아버지가 이파리 흔들리는 소리를 내며 잔소리를 하는 세계. <둥둥> 속, 조금의 사심도 없이, 100% 이타적인 감정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아이돌팬의 '덕심'이 외계생명체의 연구대상이 되는 세계. 귀엽고 산뜻한 이유리의 우주를 지나며 다시 오른손을 내려다본다. 소설을 읽는 내내 브로콜리가 되지 않도록, 너무 억지로 참지 말라고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었다. 이 소설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친구들에게 이유리처럼 인사하고 싶다. "거봐요, 웃으니까 또 웃어지죠?"(158쪽, <왜가리 클럽>)
    - 소설 MD 김효선 (2021.11.08)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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