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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서구 근대사회의 구성 원리를 가져와 민주주의 국가를 이뤘다. 이곳에서 개인주의자임을 선언하는 건 당연히 의미 중복이다. 그런데 헌법에 쓰인 글귀보다 훨씬 가까운 각자 경험과 주변 현실을 돌아보면 어떤가. 한국사회의 강력한 집단주의 성향 속에서 헌법이 말하는 개인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으니,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를 말하는 일은 여전히 선언일 수밖에 없겠다.
저자는 현직 부장판사다. 세상에서 회식과 명절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라 말하면서도 투사가 되기보다는 그럭저럭 연기를 잘해왔기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고백하는 진솔함이 판사라는 직업과의 거리감을 좁힌다. 아마도 합리적 개인을 전제하는 법의 세계에서 오래 일했기에 그가 느끼는 이론과 현실의 간극이 더욱 크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에 법의 논리에 포획되지 않는 세상살이, 사람살이의 현장을 합리적 개인주의의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해지니, 비로소 세상이 불편했던 까닭이 보이고, 그런 세상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방법도 깨닫게 된다. 한국사회가 아직 가닿지 못한 길이라 괜시리 마음이 조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