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위로는 편지로"
<달팽이 식당> 등의 소설을 통해 자신만의 다정한 방식으로 독자를 위로해온 오가와 이토 신작 소설. <슬램덩크> 속 강백호가 서있던 그 바닷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네 자매가 거닐던 바닷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익숙할, 평화로운 바닷마을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십일 대 째 영업중인 '츠바키 문구점'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문구점이지만 사실 이 가게의 본업은 대필. 에도 시대부터 여성 서사(書士)들이 가업인 '대필'을 수행하던 이 가게를 잇기 위해 이십대 후반의 '포포'가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자신을 혹독하게 수련시킨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좋지 못하다. 포포는 사별한 남편의 편지를 아직도 기다리는 노부인에게 천국의 남편이 보내는 것처럼 보내는 편지, 수술을 앞둔 남자가 자신은 잘 지내고 있으니 당신도 행복하라고 첫사랑에게 안부를 전하는 편지 등을 대필하며 그들의 편지를 쓰는 것이 곧 자신을 위로하는 일이 됨을 깨닫게 된다. 연필은 HB부터 10B까지 갖춰도 샤프펜슬은 절대 취급하지 않는 츠바키 문구점의 원칙. 사각사각 종이를 스치는 정성스러운 글자들이 스쳐지나가는 동안, 아름다운 가마쿠라의 평온한 정경과 함께,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난다.
- 소설 MD 김효선 (2017.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