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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천체물리학자 프레드 호일은 이렇게 예언했다. "우주 밖에서 지구의 사진을 찍게 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차원으로 인식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후, 아폴로 8호가 보내온 '지구돋이' 사진에 경외감을 느낀 우리는 그제야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볼 수 있었다. 다시 20여 년이 지나 보이저 1호가 61억 킬로미터 떨어진 지구의 사진을 보내왔을 때, 칼 세이건은 자신의 책 <창백한 푸른 점>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인간이 가진 자부심의 어리석음을 알려주는 데 우리의 조그만 천체를 멀리서 찍은 이 사진 이상 가는 것은 없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이란 우주적 스케일에서야 비로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서구 중심의 우월적 시선도 우주에선 그 각을 잃는다. 이 책을 두고 한데 모인 세계적 학자들의 시도와 노력이 그렇다. 그들은 "우리의 거만함,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망상은 이 엷은 빛나는 점의 모습에서 도전을 받게 되었다"고 말한 칼 세이건처럼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을 견지한 채 인류의 역사를 바라본다. 책은 2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부터 출발해 12광년 거리에 다다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인류의 과거를 탐험한다. 원서 제목이 말하듯 풍부하게 수록된 그림과 사진들은 이 책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때 그 지구의 사진이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