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에 실패한 뒤 제주로 여행을 떠났다.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자주 길을 잃었고, 쏟아지는 비에 멈춰서야만 했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우연 속에서 텅 비었던 마음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여행은 언제나 나를 변화시킨다. 매 순간 '시간'과 '방향'이라는 갈림길 앞에서 나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선택을 해야만 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내가 결정해야 하는 일. 그 다음에 무엇이 있을지 가늠할 수 없어서 때로는 두려울 수 있고, 후회할 수 있는 일. 그렇지만 그렇게 나아가는 길이 싫지만은 않다. 어쩌면 여행은 '사랑'을 경험하는 일과 같지 않을까? 어느 쪽으로 가든 실패는 하지 않을 테니까. 첫사랑도, 짝사랑도 그 무엇도 결국엔 다음 여행지를 위한 티켓이 되어 남을 테니까. 그러니까 이곳 제주에서는 사랑이 조금씩 죽어도, 마음을 잃어버려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