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2002년 창비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슬픔의 두께』, 『그곳에는 눈물들이 모인다』, 『바닷가 그집에서, 이틀』, 『챔피언』이 있으며, 르포집 『굳세어라 국제시장』, 『을숙도, 갈대숲을 거닐다』를 썼다. 2010년 백신애문학상, 2013년 봉생문화상을 수상했다.
어릴 적 내가 살던 집은 일년에 한번씩 돌담이 무너졌다. 닳고닳아서 지문이 없던 아버지가 손수 담을 허물었던 것이다. 콰르릉 소리가 나기 무섭게 달려가면 뒤란은 어느새 말끔히 치워져 뻥 뚫린 길이 되어 있었다. 멀찍이 보였던 교회도 그때만큼은 성큼 다가와 집 가까이 서 있곤 했다.
... 돌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다가온 크리스마스는 성경밖에 모르던 내게 세상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런 탓일까. 우리집 잔치 같은 성탄절이 지나고 다시 쌓이는 돌담을 바라보면서 나는 또 얼마나 허탈해했던가. 또다시 무너질 날을 기다리며 돌담 너머로 찰랑이던 바다를 얼마나 오래 지켜보았던가.
... 내 소설들은 어쩌면 무너진 돌담이 들려준 이야기와 그 너머 찰랑이던 바다가 떠올리게 해준 것들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이 작품은 내 것이 아니라 그네들의 것이다. 미력한 재주로 내가 살을 입혔을 뿐. 하여 내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들이 꿈꾼 것처럼 서로간에 쌓인 작은 돌담이라도 허물 수 있는 웃음과 여유가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거다. 바다에 수평선이 살고 있듯이 이 땅에도 '수평세상'이 다가올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