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동의 김갑수씨는 괴물이었을까요. 갑수씨가 끊임없는 연애를 통해 증명하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요. 그 또한 “나는 사람이다”라고 외치고 있었던 걸까요. 아무래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갑수씨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그가 추한 것을 추하다고 말할지언정 결코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굴거나 추함에 전염될까봐 눈을 감아버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가 괴물이라면, 저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사려 깊은 괴물을 만났던 것 같습니다.
그가 이 세상 어디에선가 제가 아닌 또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을 알려주고 가르쳐주길, 더불어 타인의 불행에 귀기울이며 함께 미소지어주기를 기원해봅니다. 추하고 일그러지고 상처받은 세상을 사랑합니다. 그런 마음을 모아 이 책을 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