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동네에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운전하는 시간이 늘었다. 소설이 잘 풀리지 않던 많은 나날, 자동차를 타고 가다 꽉 막힌 도로에 갇히면 그 상황이 꼭 내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빠지지도 못하고 도중에 기권을 선언할 수도 없는 막막한 레이스에 갇힌 느낌이었다. 중반부를 넘어선 소설을 포기하는 일은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나가는 일 같았다. 그러므로 버티는 수밖에. 견디는 일에는 소질이 없지만 소설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막힌 길은 언젠가는 뚫렸고, 길눈이 어두운 나도 기어이 목적지에 도착하곤 했다. 우회하거나, 지체되더라도 묵묵하게 가다보면.
소설을 쓰면서 사계절을 보냈고, 다시 겨울이 목전에 와 있다. 내가 사는 동네는 ‘눈을 마중한다’는 의미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선지 겨울이 일찍 오고, 눈밭 위에 길고양이 발자국이 오종종 찍히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또 한번의 겨울이 오는 것을 기쁘게 맞으며, 두번째 장편소설이 지난한 여정 끝에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어 감사하다. 모쪼록 온기를 전하는 소설이기를, 이 겨울 모두가 블랙 아이스를 밟지 않기를.
2024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