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을 보던 아이가 욕실 커튼에 그려진 그림을 보다가 입을 뗍니다.
‘이 애는 맨날 사탕만 먹는데, 왜 나보다 다리도 길고 이도 안 썩었어?’
아이와 킥킥거리며 그려 놓았던 캐릭터는 순간,
다리는 길지만 사실은 충치가 10개도 넘으며 항상 배가 아프고 성질이 포악한,
그래서 숲속 동물들도 모두 무서워하는 마녀로 탈바꿈됩니다.
아이는 그제야 끄덕거립니다.
과자집에서 잠을 자는 이 단내 나는 캐릭터는 행복할까요?
무엇이 그렇게 짜증 나고 화가 날까요?
그때부터 오종종 걷는 동네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기 딴에는 성질부린답시고 떼 부리는 아이를 볼 때마다 캔디콩을 상상했습니다. 고집부리고 씩씩거리지만 이내 울음을 터트리고 안아주길 기다리는 아이처럼 캔디콩이 내는 화 뒤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요?
긴 시간 캔디콩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즐겁게 그렸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즐겁고 유쾌한’ 기저귀 찬 엉덩이를 들썩이며 손가락으로 짚어가는 그림책을 만들자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