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사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동아시아사를 전공했고, 광운대에서 중국 근현대사를 강의했다. 현재는 일본, 중국, 타이완을 중심으로 좋은 책을 발굴하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중국의 두 얼굴》 《나는 한 마리 개미》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가 있다.
달팽이는 집을 등에 얹고 산다. 중국에서 ‘달팽이집[蝸居, 와거]’은 비좁고 누추한 집을 뜻하며, 특히 대도시 변두리에서 주택난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삶을 표상한다. 방 한 칸 마련하기 힘든 현실을 민달팽이에 빗대 표현하는 최근 한국 청년 운동의 단편과도 맥이 통한다. 이 책의 그림들을 꼼꼼히 뜯어보자. 달팽이의 여정은 한동안 도시의 후미진 데서 펼쳐진다. 곱디고운 화초들 틈에서 더듬이를 갸웃갸웃하는 달팽이의 얼굴에는 그로테스크한 현실에 부대끼며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여 이 책이 넌지시 던지는 ‘위로’의 메시지는 ‘공감’을 갈망하는 손짓으로 읽히곤 한다. 우리는 모두 달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