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맛있는 비엔나, 시간이 슬로 모션으로 흐르는 옥스포드, 겨울이 되면 위스키가 생각나는 시카고에서 둥지를 만들다 허물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내가 머물 수 있는 진짜 집에 대하여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던 것 같습니다. 크고 작은 모험들을 겪은 후 찾아낸, 지극히 개인적인 해답을 이 그림책에 담아 보았습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고양이 두 마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음의 모양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쓴 다른 그림책으로는 《…라고 말했다》, 《길 위의 아이》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구두끈을 혼자 묶을 수 있고, 글씨 밖에 없는 책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나도 이제 어른이구나, 라고 말하기에는 왠지 스스로를 속이는 기분이다.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지금도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로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한 조각, 한 조각씩 찾아가고 있다. 이 조각들이란 거창한 것은 아니고,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쉬는 시간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화가 났을 때 부끄러움 없이 그 감정을 스스로 인정해 주는 것. 이렇게 말로 옮기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형체가 없는 생각들과 감정들을 기억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일은 항상 쉽지가 않다.
이런 나에 비해 동물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어떻게 스스로를 돌보아 주어야 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제비들은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연습 없이 높은 절벽에 둥지를 틀고, 애벌레는 때가 되면 고치를 만들고 나서 그 안에서 오랜 시간을 인내한다. 제비는 제비로 살아가는 것에, 애벌레는 애벌레로 살아가는 것에 어떤 우아한 노련함을 가지고 있다.
나 스스로와 잘 지내는 것에 서툴렀던 나에게 동물들이라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노트에 적어 보았던 문장들이 그림이 되었고, 고마운 사람들의 손을 통해 이렇게 하나의 책이 되었다. 나 스스로의 조각들을 찾아가는 중인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책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