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스멀스멀 송신증이 이는 날
검은 청빛 낯빛 고운 여우를 따라
집을 나선다. 건물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도시를 빠져나간다.
뿌리를 보이며 춤을 추는
나무들이 만드는 시간의 숲을 지나
동굴 속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돌아오지 않는 남자를 찾아 동굴을 나서고
바위산을 넘어, 뿌연 강을 건너
동굴과 멀어진다. 빌딩들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도시 한가운데
여자는 서 있다. 흠뻑 젖어
빙글빙글 서 있다. 검은 청빛 낯빛 고운 여우
응애응애 꼬리를 나풀대고 있는데…….
2019년 겨울 언저리
세상의 마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