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연구원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문득 글을 쓰게 되었다. 온라인 플랫폼 브릿G와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노말시티’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SF 소설집 《중력의 노래를 들어라》, 호러 소설집 《일란성》, 미스터리 소설인 《꿈의 살인자》와 청소년 SF 소설 《너와 함께한 시간》 《너와 내가 다른 점은》 《기억 삭제, 하시겠습니까?》를 출간했다.
귀신보다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편
귀신보다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편입니다. 망망대해를 항해할 때는 상어나 폭풍우보다도 정체불명의 다른 배를 만나는 게 훨씬 두렵다더군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요. 사람은 불완전하고 불안정하죠. 기대하게 만들고 배신합니다. 사람에게 사람은 기댈 수 있는 안식처이자 삶의 목표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감당하기 힘든 좌절과 절망을 주기도 합니다. 더 무서운 건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가끔은 제 속에서 제멋대로 들끓는 감정이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날뛰는 생각을 정제하여 다듬은 쪽이 진심에 가깝다고 믿기는 합니다. 적어도 다른 사람을 직접 대할 때는 그편이 낫겠죠. 그런데 글을 쓸 때는 또 고민이 됩니다. 어디까지 다듬지 않은 채 풀어 놓는 게 좋을까요.
호러란 안전한 매체를 통해 그런 날것의 감정을 엿보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가가 망가질수록 독자는 즐거워지는 잔인한 장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독자만 즐거운 건 아닙니다. 호러를 쓰는 동안 등장인물의 목소리 뒤에 숨어 쏟아내고 해소하는 과정이 저 역시 짜릿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