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하고, 쾰른대학교에서 프란츠 카프카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천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다섯 번째 여자』, 『모래 사나이』, 『카프카 단편집』,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소송』, 『성』,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등이 있다.
첫 소설 『테라피』가 환영이 현실로 드러나는 기발한 착상을 줄거리로 딸에 대한 아버지의 병적인 사랑을 그렸다면, 이 소설은 딸과 어머니의 애증 관계에 대한 섬세한 성찰을 담고 있다. 자신이 대결해야 하는 성향, 가족들 사이의 복잡한 심리적 문제를 넘어 딸과 어머니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해 보여주는 배려와 애정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한편 첫 소설과 비교한다면 이 소설은 서사적 요소가 더욱 풍부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긴박하게 전개되는 한편의 영화를 감상한 느낌이 든다. 작가는 플롯과 등장인물의 성격묘사에서 영화적 감각을 잘 보여 준다. 덕분에 이 작품은 이미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었고, 영화 판권까지 팔렸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 소설이 가진 미덕은 심리 묘사가 요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다양한 심리 상태, 도저히 원인을 다 캐낼 수 없고 또 현미경으로 들이대어 분석할 수 없는 인간이 지닌 신비한 성향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는 문학적인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