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온천천을 걸었습니다. 물과 풀과 땅 냄새가 나면서 구름과 하늘 맛과 무언지 모를 맛까지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느리게 흘러가는 장엄한 순간이었고 누구나 순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투명한 그물망이 만들어지면서, 모두가 알 수 없는 그 무엇과 한데 이어지는 것 같은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천천히 걸으며 왜 아직도 소설을 쓰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봄에 보았던 환경미술가 크리스 조던의 전시회가 떠올랐습니다. 해양 쓰레기를 활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던 그가 우리에게 물었던 것과 똑같은 대답이 나왔습니다. 현실을 직시할 용기를 내기 위해, 깊이 공감하고 스스로를 변혁하여 미래를 바꾸기 위해, 그 여정을 떠나 슬픔의 바다 건너 저 너머의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누구에게나 시간이 흘러야 되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듯 마음이 상했던 일을 선뜻 되돌아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과거를 미래로 가져가 현재를 다층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에게 연민과 공감과 애정을 지닐 수 있다면 계속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