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땅, 획일적인 문화, 변동성이 적은 계급, 많은 인간이 부대끼는 곳에서 삶은 비극적인 면이 있어요. 특히 도시의 삶. 인간에 지치기 쉬운 조건이거든요. 서울에서는 비둘기나 고양이도 사람한테 호기심을 안 보이잖아요. 인간이 예상 가능한 존재로 여겨지는 거지요. 우리도 비슷하지 않나요. 길거리에서 마주치거나 술집이나 카페 같은 공간을 함께 점유한 사람의 개성을 인식하는 데 면역 같은 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의 비극 역시 통계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처럼 느끼죠. 그런 게 활력을 잃어버린 삶입니다. 스스로 불행한 삶이죠. 어떻게 삶과 사람에 대한 긴장을 유지할지는 나도 늘 고민하는 문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