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명산을 묵언수행하면서 느낀 감동을 회고해보면 감회感懷가 새롭다. 존 러스킨(John Ruskin)은 일찍이 “자연은 우리를 위해 날마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리가 그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으련만.”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렇다. 자연은 우리에게 사시사철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날마다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다. 따라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주는 감동도 다르다. 또 우리나라의 백대명산은 골산骨山과 육산肉山으로 나누어져 산마다 토질이 다르고 식물들의 생태 환경도 많이 달라 산마다 각기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아침과 저녁으로 느끼는 감동도 다르다. 새벽녘 어슴푸레한 여명기, 일출, 일몰에서 느끼는 감동도 다를 수밖에 없다. 날씨에 따라 느끼는 감동도 다르다. 안개가 아련히 피어오를 때, 이슬비가 보슬보슬 내릴 때, 장대비가 우두둑 내릴 때, 눈이 나풀나풀 내릴 때, 감동이 서로 같을 수 없다. 더구나 사람마다 자연이 내뿜는 아름다움을 똑같이 느낄 수도 없다. 아무리 산행 경험이 풍부한 산악 전문가라도 감수성 차이에 따라 산행의 서정적 느낌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반대로 산행 초보자도 사람에 따라서는 산행에서 느낀 점을 훌륭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나는 내가 느낀 감동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주위 사람들과 그 감동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으로 이번 기회에 용기를 내 책으로 출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산행 경력이 일천해, 백대명산 산행 안내서와 같은 세세한 책은 만들 능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에서 느낀 생생한 감동을 서정적 필치로 엮어서 독자 여러분에게 다가가기로 책 발간방향을 정했다.
‘백대명산 묵언수행’은 나를 바꿔놓았다. 먼저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내 바닥 체력이 보강되었다는 점이다. 궁窮하여 막혀 터질 뻔한 나를 변變하게 했고, 변하여 통通하게 했고 나아가 쾌족快足(지금의 내 마음 상태가 상쾌하고 만족스럽다는 의미, 大學章句)한 나를 만들었다. 이는 전적으로 가족들의 희생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거의 2년간, 토, 일요일의 대부분을 새벽 일찍 훌쩍 산으로 떠나버리는 나에게 불평불만 한마디 하지 않은 아내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백대명산 나홀로 묵언수행’을 떠나기 전에 많은 조언을 해 준 친구 이 산신령, 손 산신령과 전남 홍도 깃대봉에 같이 올라가 백대명산 묵언수행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며 축하해준 5명의 친구 이 산신령, 심 회장, 호박, 정 국장, 최 교수에게 감사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