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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서음악과 영화를 좋아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몰두하지는 않았다. 잘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서 최후의 보루를 사수하듯 지금껏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교대역 근처 합주실에서 연습을 마치고 충동적으로 도보 여행을 떠났던 어느 해 늦여름, 파출소 숙짓고에서 자고 버스 정류장에서 자고 대형 트럭 바퀴 옆에서 자고 해변에서 자고 포도밭에서 잔 적이 있다. 한번 오랫동안 걷는 재미를 경험하고 났더니 자연스럽게 산책을 다니는 생활 습관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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