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때론 목적지까지 타임머신처럼 슝 하고 옮겨지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땅, 미국을 횡단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여행은 처음부터 길이었다. 그렇기에 목적지는 그 길의 끝에 덤으로 주어진 선물일 뿐이었다. 길은 나에게 자신이 만났던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때론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했고, 때론 나 자신을 똑바로 보게 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내 상처에 더 아파하며 위로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길은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를 이끌었다.
그 길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금발 머리 백인 가족 사이의 그 아이는 까만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아이가 나에게 묻는 것 같았다.
‘난 누구예요? 어디에서 왔죠? 난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난 아직도 그 질문에 대답을 찾지 못했다. 대신 아이에게 물었다.
‘넌 어디로 가고 싶니? 누구를 만나고 싶어? 괜찮다면 그 길에 내가 함께 가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