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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이란 불완전해서 그로 인해 수많은 오해가 생긴다. 나는 가끔 사후 세계란 누군가의 의도가 전산에 입력된 코드처럼 타인에게 해석의 여지 없이 전달되는 곳이라 상상하기도 한다. 시간에 얽매이고 언어에 얽매인 인간이 해방되는 곳. 그곳은 이쪽과 저쪽을 나누지 않고, 너와 내가 포개지며, 내가 너인지 또 네가 나인지 구분할 수 없는 곳일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여기 있으니 여기에 대해 쓸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이 주은을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나아가 주은을 괴물이라고 여기길 바랐다. 나 또한 괴물이고, 내가 느끼기엔 괴물이 아닌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평범한 한 인간을 생생하게 그리면 되는 일이었지만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고백하자면 그게 소설을 쓰는 내내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