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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성순

출생:1967년

최근작
2022년 4월 <불교문헌 속의 지옥과 아귀, 그리고 구제의식>

김성순

전남대학교 중어중문학과(학사),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석사 및 박사를 졸업하였다. 주요 저술로는 『동아시아 염불결사의 연구』, 『테마 한국불교 7·9』(공저), 번역서인 『왕생요집(往生要集)』,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사』, 『돈황학대사전』(공역) 등이 있다. 현재 전남대학교 연구교수이며, 주로 동아시아불교와 종교문화의 비교연구, 그리고 불교의례 분야를 주제로 하는 학술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대한불교 조계종 성보보존위원(무형분과)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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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불교문헌 속의 지옥과 아귀, 그리고 구제의식> - 2022년 4월  더보기

이 책의 3분의 1 분량을 차지하는 ‘지옥’ 관련 서술은 2017년도 한 해 동안 법보신문에 매주 ‘지옥을 사유하다’라는 주제의 칼럼으로 47회에 걸쳐 연재했던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그 중 보태거나, 뺀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은 거의 그대로 실었다. 왜 하필 ‘지옥’에 관한 내용을 생각했을까 하는 질문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왕생요집(往生要集)』이라는 중세 일본 천태교단의 승도(僧都) 겐신(源信)의 저서를 번역 중이었기 때문에 내게는 그런 질문 자체가 좀 생소하게 느껴졌다. 『왕생요집』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10대문(大文)으로 나뉘는데, 그 중 첫 번째 대문인 염리예토(厭離穢土)편의 첫머리가 ‘지옥(地獄)’이다. 겐신은 왜 하필 인도와 동아시아의 정토 관련 불교문헌의 핵심을 추린 『왕생요집』의 첫머리를 ‘지옥’편으로 시작했을까? 불교문헌의 지옥에 관한 교의와 서사를 들여다보면 선보다는 악에 가까운 인간의 본성을 관조하는 느낌이 든다. 더군다나 『왕생요집』의 찬술자인 겐신은 ‘일체 초목까지 다 불성이 있다’는 본각(本覺)사상을 주창했던 일본 천태교단의 지도자였다. 모든 인간에게 불성이 있으며, 모든 존재가 진여의 현현이라는 천태 본각사상의 교의와 지옥의 서사는 많이 어그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이러한 지옥 서사는 본각사상이 놓칠 수밖에 없는 인간 본성의 악한 측면을 경계하고, 계도하기 위한 ‘중심 잡기’ 차원의 교의적 시도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불교문헌 속에서 제시하는 지옥에 떨어지는 죄-업인은 너무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불자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오계(五戒; 불살생, 불음주, 불사음, 불투도, 불망어)로 수렴된다. 지옥 관련 교설을 찾아 다양한 불교문헌을 뒤지고, 일부 번역된 문헌은 재확인하면서 느낀 것은 적게는 천 년, 많게는 2천 년 이상 된 그 글들의 지옥과 죄악에 관한 묘사가 무척 생생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지옥에서 전생의 죄업을 갚는 고통에 대한 묘사는 섬뜩하리만치 사실감이 넘치기까지 해서 혹시 고문의 교과서로 활용되지 않았나 할 정도였다. 이렇게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생생한 지옥 교설은 당시 사람들로 하여금 악의 본성을 관조하게 하고, 계율을 지키도록 계도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불교문헌 속의 아귀에 관한 교설에서는 무섭다기보다는 역한 내용이 많았으며, 역시 불교도들, 나아가 인간에 대한 강한 계도적 경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내가 본 불교문헌 속의 아귀는 실재라기 보다는 악업의 상징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설정되어 있었으며, 아귀마다 다른 명칭 자체에서 악업과 그에 따른 고통의 과보를 연상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아귀라는 존재를 ‘전설의 고향’이나, 지괴(志怪)소설에 등장하는 ‘원귀(冤鬼)’와 유사한 것으로 인식하거나, 경전에 등장하는 것 자체를 낯설어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내게는 불교문헌 속의 상징과 비유, 그리고 상상력에 대해 인색하게 평가하는 시각으로 받아들여졌다. 불교 문헌은 오로지 경건하고, 진지하고, 잘 정련된 서술만으로 채워져야 하는가? 성서의 혹은 은 어떻게들 수용하는가? 한국불교 구성원, 특히 스님들 가운데 불교와 귀신을 연결짓는 것 자체를 달가와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찰 법회에서 신도들에게 하는 법문 중에 조상 영가(靈駕)니, 무주고혼이니, 망혼이니 하는 귀신 얘기는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이러한 현상은 문헌 상의 교의와 실제 불교신도들의 생활 정서 간의 괴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도대체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혹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고통을 추스르기 위해 모여든 신도들에게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한 얘기를 빼면 뭘 들려준단 말인가. 더 나아가, 먼저 간 부모나 형제자매 등을 위한 천도의식 등이 여전히 현 한국사회에서 설행되고 있고, 산 사람들이 의식을 통해 위로를 얻으며 망자를 편안히 보내는 현상이 현재진행형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의식의 의미까지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인도 초기불교에서 동아시아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불교문헌이 성립되던 시기에는 전문수행자 아닌 일반 재가불자 중에 그 많은 불교경전과 주석서들을 문해할 수 있는 비율은 많아야 0.2% 정도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머지 대다수 불자들은 삶에서 만나게 되는 실존적 고통 내지 사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답을 의식(儀式)에서 구하는 것이 신앙의 목적 아니었을까. 결국 대승불교 문헌에서는 삶과 죽음의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망자를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수행법과 의식에 관한 교의가 들어설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동아시아 불교도들에게 있어서 불교문헌 속에 나타난 지옥도와 아귀도의 참상은 무척 두렵고 역겹지만, 다행히 그 문헌들은 두 악도에의 윤회를 피할 수 있는 구제의 길까지 자세히 일러주고 있다. 또한 동아시아 불교도들에게 그 문헌 속의 지옥도와 아귀도를 설명해 준 승려들은 구제의식을 설행해 줄 수 있는 의례집행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불교문헌을 해석한다는 것은 그 문헌이 저술된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이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까지 필요로 한다. 고대 인도의 여성관이나, 사회적 질서, 직업과 인종에 대한 인식 등이 드러나는 대목은 오늘날의 인권의식의 측면에서 보면 바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많이 발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문헌 속의 죄나 악업에 대한 인식에서는 현대의 기준으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는 불교 계율이 인류 보편적 선(善)이나, 윤리의식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불교문헌 속의 지옥교설은 2017년에 신문사 칼럼 연재를 위해 1년 동안 뒤적였었고, 아귀도 관련 교설은 2019년에 연구재단에서 받은 시간강사 연구지원 주제였기 때문에 각 문헌들을 심도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또한 동아시아의 불교도들이 지옥도와 아귀도라는 두 악도 윤회로부터의 구제를 위해 설행했던 불교의례에 관한 연구는 2021년도에 선정된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신청 주제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2017년부터 연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연구과제들을 수행한 중간 결과물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참고로 책 제목에 ‘불교문헌’이라는 용어를 쓴 이유는 경·율·론 삼장(三藏)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범주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전과 그에 대한 주석인 논(論), 논서에 대한 소(疏)까지 모두 분석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러한 문헌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명칭으로서 ‘불교문헌’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이다. 또한 ‘구제의식’이라는 용어는 ‘구원의례’ 혹은 ‘천도의례’ 등을 놓고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결국은 ‘망자에 대한 구제’라는 의례의 목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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