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전문지 <애니메이툰>과 <오마이뉴스> 연예부를 거치며 7년째 기자로 일하고 있다. 부업은 먹는 일이다. 아침을 먹기 위해 일어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일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버틴다. 잘 먹고 싶어서 잘 살고 싶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난지도, 여기서도 꽃은 피더라
<난지도 파소도블레>라는 제목만 보고 책을 집은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상암동에서 이름난 춤 선생의 댄스 스포츠 이론서가 아니다. 상암동에 있는 한 언론사의 동료였던 우리 넷은 회사 앞 조개구이 집에서 팀 블로그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디지털미디어시티로 포장되기 전 이 지역의 상징적인 공간은 '난지도'. 오랫동안 쓰레기 매립장이었지만 생태계가 살아난 땅처럼, 궁상맞은 이야기들을 모아 꽃을 피우겠다는 쓸데없이 깊은 의미를 담아 그 명칭을 빌렸다. 그리고 뭔가 있어 보이는 춤의 이름도 가져다 붙였다. 물론 우리 중에 라틴댄스인 파소도블레를 출 수 있는 위인은 없다.
또한 노파심에서 말하건대, 이 책은 언론사 지망생들에게 하등 쓸모가 없다. 우리의 공통점이 '기자'였다는 것일 뿐(심지어 관둔 사람도 있다), 언론인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지 못할 것이다. 저자 소개에서 기자를 '잉여'로 바꾼다 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모자란 것 많은 사회 초년생 네 명이 살아왔고 살아가는 게 내용의 전부다. 말과 글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었던 우리는 여기서 수다를 떨기로 했다. 기사의 필수 요소인 육하원칙을 신경 쓰지 않고, 그놈의 뉴스! 뉴스에서 해방되어 자판 두들기는 대로 쓰다 보니 내용도 중구난방이다.
뜻 깊은 교훈이나 무턱대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사실 우리는 누구를 위로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나 살기도 버겁다. 다만 남보다 좀 더 느리고, 소심하고, 게으르지만 이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를 제치고, 누르고, 이겨 내지 못해서 느끼고 보이는 것들을 기록하다 보니 책이 되었다. 떵떵거리며 살지는 못해도 떳떳하게 살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좋은 기자,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순진하게도 믿는다. 그 과정이 좀 지질하기는 해도 나름대로 어여뻐서 웃음이 났으면 좋겠다. 애초에 난지도는 난초와 지초로 가득 찬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이니까.
글쓴이들의 대표로 이현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