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어린 작품 하나를 내기 위해 앞으로 또박또박 걸어가고 있는 만화가이자 삽화가다. 앞으로도 행복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결핵 예방 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병든 아이》와 만화 《금강산선 이야기》를 지었다. 《도깨비 로봇》에 글을 쓰고, 《꼬불꼬불나라의 NGO 이야기》 《찾아봐 찾아봐 : 여러 가지 직업》 《한국사 고!》 《뭔말 역사 용어 150》 등에 그림을 그렸다.
아버지는 말씀이 참 많으시다. 밖에 나가셨을 때도 집에 계실 때도, 왕성한 수다를 즐기신다. 가족끼리 하는 식사 자리는 거의 아버지의 수다로 채워진다. 우리 집에서 조용한 식사는 남의 이야기였고 어릴 적에는 남들도 수다를 떨며 밥을 먹는 줄 알았다. 아버지는 약주도 좋아하신다. 고주망태가 될 정도로 드시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반주 정도로 술을 즐기신다.
가끔 아버지의 술친구로 한두 잔 같이 들이켜다 보면 아버지의 수다는 술과 융합이 되어 더욱 강력해지고, 속에 있던 이야기를 하시기도 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약주를 드시다가 “내가 옛날에 기차 타고 금강산에 갔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무한 반복되던 수다가 아닌 처음 듣는 소재의 이야기는 작가인 나의 흥미를 끌었다. 이야기를 듣다가 언젠가 만들어 보리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렇게 나의 마음속에 간직하다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제는 일로써, 금강산에 간 아버지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어릴 적 경험이기에 기억의 오류를 수정하며 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금강산선 이야기》는 언제고 만들어 보고 싶었던 우리 가족의 역사이다. 김은성 작가의 《내 어머니 이야기》, 정용연 작가의 《정가네 소사》를 봤을 때 부러운 점이 있었다. 자신의 가족 역사를 작품에 담았다는 것이다. 가족의 작은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팩트가 주는 감동도 있지만, 작품에 재미라는 요소를 넣기가 힘든 점도 있다.
그래서 《금강산선 이야기》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팩트의 빈구석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처음 생각한 제목은 ‘두 여자 이야기’였다. 어느덧 훌쩍 자란 의붓딸과 새엄마의 갈등을 심도 있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작품을 그려 내는 과정에서 가족 여행이라는 이야기 안에 서로 간의 이해를 담아내고자 했다.
《금강산선 이야기》는 대부분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 주지만, 미래의 바람으로 끝을 맺는다. 실현이 가능한 미래의 이야기를 넣으면서 남과 북이 서로 여행 정도는 갈 수 있었으면 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바람을 넣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철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부분에서 철도 상식의 오류를 잡아 준 코레일의 나정현 님과 이 작품이 나올 수 있게 도와준 김도현 님, 김영우 님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해 주신,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나의 아버지인 김방옥 님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