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장의 ‘의미의 변이’는 하나의 어휘 형태가 둘 이상의 해석을 가진 것으로, ‘단의어, 다의어, 다면어, 동음이의어’에 대해서 살펴본다. 제2장의 ‘다의어의 판정과 의미 확장의 분류 기준’은 ‘동음이의어’ 및 ‘다면어’와 관련하여 ‘다의어’의 판정과 의미 확장의 분류 기준을 밝힌 것이다. 제3장의 ‘의미망과 다의관계의 판정’은 심리적 실제성을 높이기 위한 의미망 분석의 원리를 제안하고, 이를 다의관계 판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제4장의 ‘다의어와 다면어’는 다의어와 다면어를 변별하고 그 의미 특성을 밝힌 것이다. 제5장의 ‘다의어의 비대칭 양상’은 가설단계로 있던 ‘원형의미’와 ‘확장의미’ 간의 구조적, 빈도적, 인지적 비대칭성을 밝힌 것이다. 제6장의 ‘다의어 ‘사다’, ‘팔다’의 의미 확장’은 원형이론의 관점에서 대립관계에 있는 다의어 ‘사다’와 ‘팔다’의 대립 양상과 특성을 밝힌 것이다. 제7장의 ‘‘착하다’의 의미 확장’은 ‘착하다’의 연어적 의미 확장을 중심으로 그 양상과 특성을 살펴본 것이다. 제8장의 ‘신체어의 의미 확장’은 신체 관련어의 의미 확장 양상과 그 해석에 대해서 논의한 것이다. 제9장의 ‘감각어의 의미 확장’은 신체화에 기반을 둔 감각어의 의미 확장 양상과 특성을 밝힌 것이다. 제10장의 ‘다의어 교육’은 다의어 교육의 현황과 바람직한 교육 내용을 제시한 것이다.
단어는 ‘의미’와 ‘형태’로 이루어진다. 본래는 하나의 의미가 하나의 형태를 통해 그 지위를 확보하지만, 언어공동체 속에서 단어의 쓰임이 늘어나면서 동일한 형태에 의미가 확장되어 다의어를 이루게 된다. 그런데 동일한 형태에 둘 이상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한 뿌리에서 나온 다의어인지, 전혀 다른 의미의 단어가 우연히 동일한 형태를 가진 동음이의어인지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가 적지 않다. 사전편찬이나 언어교육의 장뿐만 아니라 일상의 언어생활 속에서 이러한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밥을 먹다.”와 “귀를 먹다.”의 ‘먹다’를 대부분의 사전에서는 별개의 표제어인 동음이의어로 기술하고 있다. 사전에 따라 “고개를 돌리다.”와 “고개를 넘다.”의 ‘고개’를 하나의 표제어의 다의어와 별개의 표제어의 동음이의어로 기술해 두고 있는 반면, “목이 긴 여자”와 “목 좋은 점포”의 ‘목’은 다의어로 기술하였다. 이처럼 다의어와 동음이의어의 경계는 미완의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다의어 또는 다의관계는 인지언어학 또는 인지의미론의 핵심 분야의 하나로서 그 연구 성과도 매우 높다. 다의어에 대한 인지언어학적 관점은 우리의 인지적 경향성 또는 능력에 기반을 둔 것으로 다음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동일한 형태에 둘 이상의 의미가 관련된 경우는 기본의미・중심의미・원형의미에서 의미가 확장된 다의어일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둘째, 다의어의 중심의미・기본의미・원형의미와 주변의미・파생의미・확장의미는 비대칭적인데, ‘중심의미’ 쪽이 구조적, 인지적, 빈도적 측면에서 우월성을 가진다. 셋째, 단어의 형태와 의미 간의 ‘의미 변이’ 현상을 단의어, 다의어, 다면어, 동음이의어로 나눈다. 이러한 관점은 종래의 전통적, 구조기술적인 관점에 비해 한층 더 높은 설득력을 확보한 것으로 이 분야의 탐구와 이해, 교육, 사전편찬에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의어와 의미 확장이라는 주제를 걸머진 채 길을 고치고 더러는 막힌 곳을 뚫어 길을 내려 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면 가슴이 뛰고 벅차오른다. 코로나 19로 길이 막히고 얼굴을 가린 채 지낸 지 몇 해가 흘러갔다. 고맙게도 지난겨울 산 아래 마을 누옥에 세 차례 눈이 왔다. 다시 뜨락에서 꽃이 피어나고 제비가 돌아오면서 길이 트이고 얼굴을 마주보며 웃음 짓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교정을 도와준 송현주⋅김령환⋅임태성 교수님과 부족한 원고를 정성스레 책으로 꾸며주신 한국문화사의 김태균 편집장님, 김형원 과장님, 김모령 편집부 주임께 깊이 감사드린다. 끝으로, 이 책이 다의어와 의미 확장을 탐구하고 교육하고 응용하는 분들께서 새 지평을 여는 데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