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융을 잇는 정신의학의 숨겨진 거장
최면을 신비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옮겨온 최면치료법의 선구자
두 번의 소아마비를 자기최면과 무의식의 힘으로 이겨낸 인간승리의 표본
1901년 미국 광산촌 네바다의 오럼에서 태어나 1980년 그가 환자와 치료자를 맞았던 피닉스의 작은 집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한 세기를 관통하며 정신의학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천재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
밀턴 에릭슨이 활동할 당시 심리치료 분야의 주류였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무의식에 증상의 뿌리가 되는 원인이 있다고 보고 그 원인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에릭슨은 무의식을 증상의 원인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원천으로 여겼으며, 환자의 무의식에서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일깨우는 것이 치료자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에릭슨의 이러한 관점은 심리치료 분야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에릭슨은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로서 무의식 연구와 치료 사례에 관한 많은 논문을 발표했지만, 그만의 독자적인 이론을 남기지는 않았다. 환자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며 치료법을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의 세계적 명성에 비해 대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NLP(신경언어프로그래밍)와 에릭소니언 최면 등 몇몇 학파와 기법으로 축소되거나 잘못 알려져 있다. 타인의 마음을 읽고 조종하는 멘탈리스트의 대부, 뛰어난 최면술사 같은 수식어는 그를 거의 설명하지 못한다.
에릭슨은 그를 찾아오는 전 세계 수많은 환자와 치료자들에게 재미와 감동과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로 하여금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삶의 지혜를 구하도록 이끄는 현명한 안내자였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시대의 휴머니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