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학 연구로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맡았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에서 일하고 있다. 스페인 문학과 영화에 대해 강의하고 책을 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지금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 대한 여행기와 단편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저서로 『스페인 이미지와 기억』 『알모도바르 영화』 『나의 안달루시아』 『스페인 문학의 풍경과 내면』등이 있으며, 역서로 『돈 후안 외(外)』 『라만차의 비범한 이달고 돈키호테』 『배우자의 삶』 『사랑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20세기 전반부 시인으로는 안또니오 마차도, 후안 라몬 히메네스, 페데리꼬 가르시아 로르까를 다루었다. 이 선택은 보편적이고 필연적이기도 하다. 마차도는 평범한 단어들로 까스띠야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낸 시인이고, 히메네스는 순수하고 투명한 언어에 집착했다. 로르까는? 로르까는 이질적인 것들이 뒤섞여있어서 쉽게 묘사할 수가 없다. 성적이고 몽환적이며, 미숙하고 유아적이며, 거칠고 매력적이며, 전통적이며 실험적이고…
또한 스페인 시민전쟁 전과 후에 활동한 두 시인, 미겔 에르난데스와 블라스 데 오떼로를 한 챕터로 묶었다. 두 시인 모두 시민전쟁에 인민전선 군인으로 참여했다. 목동이었던 에르난데스는 서정적인 시를 쓰다가 점차 프로파간다 시인으로 변해갔다. 전후 사회문학의 중심이었던 오떼로는 체게바라와 동시대를 살았으며 체처럼 부르주아 출신이었고, 혁명 이후의 쿠바를 방문하기도 했다.
1960년대는 현재의 독자에게는 먼 시대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디어 중독이라는 현상을 생각할 때 1960년대는 우리 시대의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90년부터는 완벽한 동시대가, ‘일상의 미학’으로 우리 모두를 묶어주는 시대가 시작된다. 인용 시와 경험시라는 제목은 두 시대에 대한 각각의 표현이다.
소설에서는 세 작품을 선택했다. 의도했던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형식성이 강한 작품들을 고른 셈이다. 그 과정에서 소설에 대한 내 개인적인 취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설을 읽을 때 나는 이야기 자체뿐 아니라 이야기의 형식(플롯)과 화자의 유형을 탐색하며, 무엇보다 자기반영적인 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안개』의 아우구스또 뻬레스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집을 나선다. 에우헤니아와의 결혼이 실패한 후 그는 살라망까로 작가인 우나무노를 찾아간다. 『빠스꾸알 두아르떼 가족』은 제목처럼 주인공 빠스꾸알의 인생을 다룬 소설이다. 셀라는 빠스꾸알로 하여금 회고록을 쓰게 하면서, ‘발견된 필사본’이라는 오래된 이야기 전통을 빌려온다. 『새하얀 마음』은 보다 세련되고 은밀하다. 일인칭 화자 후안 란스가 결혼에 얽힌 아버지의 비밀을 알아가는 이야기가 있고, 밑그림에는 소설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 그리고 소설과 삶의 유사성에 대한 성찰이 그려져 있다.
시적인 분위기와 리듬이 느껴지는 영화들이 있다. 빅또르 에리세 감독의 영화들, 특히 은 그런 면에서 전 세계 관객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문제는 그 시적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형태로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일단 준비가 되면 빨리 글을 완성하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와인을 숙성시키듯 오랜 기간을 보내야만했다. 문학비평을 독자와 쉽고 재미있게 공유하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쑥쑥 읽히는 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여기에 소개하는 작가와 작품은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늘 대화를 나누고 싶은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