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지 말고 바둑이나 두며 살아!”
장애인 일터를 마련하기 위해 곤충 사업을 하느라 돈에 쪼들리는 저자에게 아들이 한 말이다. 그런 아들에게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그 얘기는 나 빨리 죽으라는 얘기야.”
영화에 나왔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말처럼 저자는 ‘어떻게 운동이 변하니?’라고 말한다. 서울법대 82학번인 저자는 대학을 그만두고, 두 번의 감옥 생활을 경험했다. 감옥 생활은 삶의 근본을 깊이 들여다보는 수행시간이었고, 그 힘이 지금까지 자신을 반성하면서 사회운동을 하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저자는 대학 2학년 때 결심했던 ‘운동’을 단지 세상의 민주화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자아실현을 통해 사회와 자연 나아가 우주의 도에 이른다’는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의 사상에 저자는 깊이 공감한다. 언젠가는 죽어 우주의 먼지가 될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찾아가는 과정, 그것을 저자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그런 저자가 장애인 가정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농업회사법인 강화밝은마을’의 대표를 맡으면서 최근 5년 동안 집중한 일이 장애인 운동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장애인 친구를 돌보고,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공부하며 촬영하고, 악기를 즐기는 장애인 친구들이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연주를 하며 어울리도록 하는 활동을 했다. 카페를 돌며 커피 찌꺼기를 모으는 일도 장애인과 함께 했다. 이 책은 그런 과정에서 저자가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놀았던 삶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관찰자가 아니라 함께 노는 친구이다. 잘 이해되지 않는 장애인 친구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고,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삶의 모습이라는 점을 이해하기도 했다.
전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장애인 문제는 어렵고 힘들다. 저자 자신도 힘든 장애인 돌봄 일에서 도망가고픈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제도개선을 위해 욕먹어 가면서 투쟁하는 것도 여전히 필요한 시대다. 한편으로는 장애인 문제의 어려움과 무게감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와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자주 보고 익숙해지면 편해지고, 어려운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나누면 덜 힘들어진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나아가 저자는 더 좋은 제도를 만들어 나가자고 주장한다. 예산을 더 쓰지 않더라도, 장애인과 돌봄지원사 모두에게 더 좋은 방식이 있다는 것인데, 그 방향은 일대일 돌봄을 다대다 돌봄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장애인만을 모아놓고 돌보는 것이 아니라, 노인과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이 다 함께 모여 서로를 돌보는 방식이 더 좋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사회적 약자들을 올바르게 돌보기 위해서도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서로는 『내 인생 첫 번째 재무설계』, 『희망교육 분투기』, 『인생 2라운드 50년』 등이 있다.
이 책에서 나는 돈 얘기를 하고 있지만, 돈 자체보다는 그것이 꿈을 이루는 데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루고자 했다. 다시 말해, 개인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돈의 의미가 달라지고 삶이 바뀌는 점을 말하고자 했다. 돈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우리 모두는 자신의 꿈을 키워가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 ('들어가는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