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시인.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시 부문)과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중편소설 『짐승처럼』, 장편소설 『최선의 삶』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등을 펴냈다. 신동엽문학상·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던 날에 서머와 윈터는 내게 종이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오징어먹물 빵 두 덩이가 들어 있었다. 나는 숙소로 돌아와 천천히 그 빵을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서머와 윈터와 함께, 네 번의 무지개를 볼 수 있었던 브레이크 타임에 대해 생각했다. 그중 한 번은 쌍무지개가 떠 있었다. 그걸 배경으로 서머는 내 사진을 찍어주었다. 바깥 무지개가 안쪽 무지개보다 흐릿해서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았다. 사진 찍기를 반복하는 사이 무지개는 사라졌다. 나는 버튼을 눌러 사진을 확대해보았다. 흐릿하지만 분명, 바깥 무지개도 담겨 있었다. 사진 속의 나는 콧잔등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