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간이 처음으로 지구 아닌 곳에 발을 딛을 거라는 기대로 부풀었던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듬해 정말 그렇게 되었고, 달의 소나타가 더 이상 그의 귀를 깨울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평범한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보냈다. 소심한 소년은 텔레비전 주말극장에 푹 빠져 사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지만 시 쓰기를 좋아했고 음악에서 위안을 찾았다.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당시는 아직 1980년대가 끝나지 않았던 때라 여기저기 다른 곳에 관심 쏟기 일쑤였다. 한때 인간의 감정을 주제로 심리학 공부를 더 해볼 마음도 있었지만, 새로운 세계를 기다리는 흥분이 그의 안에서 끓어오르고 있었다. 한동안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삶을 고민했다. 그가 여전히 소년이었을 그 무렵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홍익대학교 미학과에서 미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그는 진주조개라도 캐내고 싶은 요량에 숨 막힐 듯한 고전의 깊은 바다로 마구 헤엄쳐 갔다. 칸트의 미학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를 마치고 ‘디지털 생태계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고려대학교, 중앙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뉴미디어와 예술,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 등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서 미학의 주제들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