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실천문학』 신작시집으로 등단. 시집 『날랜 사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꽃의 권력』 『고요를 시청하다』 등 다수. 에세이집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시간의 말』 등이 있음.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송수권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너무 늦은 질문이어도 좋은가. 이만큼에 서서 저만큼의 강을 물으며, 묵묵히 바라보는 경우가 잦다. 예전 어디선가 보았던 시간이 묵어 목전의 강물로 오는 것 같다. 황혼을 지피는 새들은 귀소를 서두르는가. 나는 약간은 처연하게 강 끝을 응시한다. 나는 서둘러 달려가야 할 집이 없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나에게서조차 잠시 물러난다. 저 무심한 강물이 물어대는 무언가 반박할 수 없는 질문들로부터, 아무리 사소한 질문일지라도 어느 소설가처럼 수백만 페이지를 샅샅이 뒤지지 않을 수 없도록 자꾸만 절박해지는 이 황혼으로부터, 방금 눈앞에 무엇이 지나갔지? 아니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저렇게 강물은 하냥 출렁거리고 또 시간은 조각조각 깨져 일렁거리는 목전. 이것은, 이 아닌 것은 대체 무엇인가 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