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서울 정릉에서 태어났다. 1980년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 입학했으나 명확한 목표는 없었고, 시대 분위기에 걸맞게 그저 방황만 하면서 지냈다. 이듬해 동양사학과를 지망했지만 그것 역시 한자를 많이 알고 있어서 전공 선택 시에 좀 더 유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였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뵐 수 없는 고(故) 민두기 선생님과 이성규 선생님의 열정적이고 창발적인 강의를 접하면서 점차 역사 연구에 대한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1984년 석사과정에 들어간 후 북조의 관부 하층민인 ‘잡호(雜戶)’를 석사 학위논문의 주제로 정했다. 사적 유물론이 성행하던 당시의 시대 분위기에 한번 휩쓸려 보고도 싶었고,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차별의 근원과 그 사회적 기능을 확인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이러한 바람은 박사과정으로 이어져 박사과정에서도 개별 하층민을 대상으로 한 분석 작업에 몰두했다. 그 결과 1995년 ‘위진남북조 시대의 예속민과 예속 관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경상대학교 사학과를 거쳐 2001년부터 한양대학교 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전공 지식만이 아니라 전 시대를 관통하는 개관적 지식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인을 위한 중국사》를 쓰고, 《신중국사》 등을 옮긴 것은 그런 인식의 산물이다.
도식적이고 딱딱한 역사학에 대한 비판의 일환으로 대두된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 즉 거대 담론이나 정치 제도사 혹은 사회경제사 위주의 역사학에 대한 비판 경향을 굳이 끌어대지 않더라도, 역사가 개인의 학문적 태도에 대한 반성과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필자의 소견으로 볼 때, 현재의 역사학은 인간과 그들이 만들어낸 인문을 밝혀내는 것을 학문적 과제로 삼고 있는 인문학의 한 범주로서 역사 속에서 '인간' 또는 '인간다움'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