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집 뒤뜰에는 크고 오래된 나무가 있습니다.
팽나무와 참나무가 뒤엉켜 자란, 어린 시절 저에게 언제나 경외감을 줬던 나무입니다.
수백 년 동안 소소한 역사를 같이했던 고향집은 도로가 생기면서 반이 잘려나갔고 나무도 예전의 위용을 잃고 여기저기 썩고 부러져 갔습니다.
이 개인적인 나무 이야기가 나이테기행의 원형이었고 첫 번째 작업으로 생각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 나무는 여기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나무들과 자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또 이렇게 작업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나무에게 가장 먼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오래 동안 가졌던 직업과 생활을 정리하고, 마흔 즈음에 만화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주변의 격려와 배려가 없었다면 아마 계속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이테기행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자료를 찾고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제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나무들은 제자리에 있으면서도 역사를 만들어 내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과 동물은 제자리로 돌아갈 기둥이 필요한 존재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