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영국 엡섬 출생, 세퍼톤에서 성장.
템즈강 근처 유명 영화스튜디오가 있는 마을에서 성장하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자연스럽게 키워온 존 부어맨 감독은 저널리스트로 출발, 라디오와 TV를 거쳐 10여년 동안 영국 주요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1965년 친구였던 배우 리 마빈의 소개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그는 장르 영화에 대한 과감한 해석과 새로운 시도로 금세 주목 받는 감독이 되었다. 전투 장면이 없는 전쟁 영화 <태평양의 지옥 Hell in the Pacific>으로 헐리우드 제작사와 갈등을 겪은 후 영국으로 돌아가서 만든 <레오 더 라스트 Leo the Last>로 1970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였고 그 이후로도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계속 하였다.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대표작인 <서바이벌 게임 Deliverance>에서는 어드벤처 장르를 통해 자연에 도전하는 한 무리의 여정과 그들의 몰락을 보여주었고, 숀 코넬리의 독특한 의상이 돋보이는 영화 <자도즈 Zardoz>에서는 문명과 종교, 그리고 계급문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SF 장르를 이용하여 시도하였다.
감독 자신이 자신의 영화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아더 왕의 전설’을 소재로 만든 <엑스칼리버 Excalibur>는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거대한 힘에 대한 탐구이자 인간의 의지 박약함을 묘사한 대서사시이다. 이후 <에메랄드 포레스트 The Emerald Forest>에서는 아마존 정글로 직접 촬영을 떠나 자연과 원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서양문명의 편협함을 환경론자의 관점으로 다뤘으며, 자전적인 영화 <희망과 영광 Hope and Glory>로는 골든 글로브, 전미비평가협회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하였다.
1990년대에는 관심을 아시아로 돌려 군부와 대립하던 미얀마 민주투쟁 현장에 남게 된 한 미국 여의사의 고통스러운 여행을 다룬 <비욘드 랭군Beyond Rangoon>을 만들었고, 아일랜드를 공포에 떨게 했던 갱 마틴 카힐의 일생을 다룬 <제너럴 The General>을 통해 다시 한번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본인이 ‘대가(General)’임을 입증시켰다. 최근 작품으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 범죄를 조사하는 ‘진실화해위원회(TRC)의 이야기를 다룬 <컨트리 오브 마이 스컬 Country of My Skull>이 있다.
30년이 넘는 존 부어맨의 감독 이력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한번의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불운과 고난을 경험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그리고 계속되는 영화의 성공과 실패의 반복은 그 자신을 아주 독특하고 개성 있는 감독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