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일본 고베 시에서 태어나 전쟁과 가난으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 오사카 학예대학을 졸업한 뒤 교사 생활을 하면서 시와 소설을 썼다. 1970년 형의 자살과 뒤이은 어머니의 사망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하이타니 겐지로는 1972년 17년 동안 몸담았던 교직을 그만두고, 오키나와와 아시아 등지를 여행하며 자기 자신과 인간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개인적인 가난과 불행에서 역사적으로 억압받고 있는 수많은 아시아의 사람들-그중에는 일본에 억지로 끌려와 강제노동을 해야했던 한국인 징용자들과 숱한 수탈을 겪어야 했던 오키나와 사람들이 큰 인상을 남긴다-이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에 큰 인상을 받았다. 이 때의 인상은 그의 문학 세계의 바탕이 되었고, 인간의 낙천성과 상냥함, 생명의 의미에 대한 자신의 깨달음은 <내가 만난 아이들>이라는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1974년에 발표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가 일본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1978년 안데르센 상 특별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후, 오키나와 사람들의 슬픈 역사와 극복 의지를 담은 <태양의 아이>를 발표해, 1978년 산케이 아동출판 문화상을 받았고, 같은 해 발표한 <외톨이 동물원>으로 쇼각칸 문학상을 받았다. 1979년에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와 <태양의 아이>로 제1회 '로보노이시'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 입지를 다진다. 그의 작품은 동화로 보기에는 분량도 많았고, 다루고 있는 주제 역시 기존 아동문학과는 확연히 다른 '이질적인 것'이어서 이 작품을 아동문학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격한 논쟁을 벌였다.
17년동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것을 바탕으로 문학을 창작하기 시작해서, 하이타니 겐지로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아이들과 교육 현실을 다루고 있다. 교사들의 필독서로 꼽힐만큼 '교육이 한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따뜻한 사제간의 교류'를 다룬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비롯하여, <모래밭 아이들>, <너는 닥스 선생님이 싫으냐>, <외톨이 동물원>, <우리 선생님 최고> 등은 모두 생생한 교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일이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대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런 그의 경험이 작품 구석구석에서 느껴진다. 그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선생님들은 모두 권위적이지 않고, 세상이 상식이라고 믿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아이들 편에서 아이들 눈높이로 다가가 진실한 인간관계를 맺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또, 유난히 눈물이 많은 선생님들이기도 하다. 아이들 역시 '평범한 아이들' 대신 교실 안에서 '문제아'라고 불리는 존재에게 더 많은 애정을 기울인다. 그러면서도, 왕따 문제나 학교 폭력,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부정직한 일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비판한다.
1980년 무렵부터는 현대 아이들이 지닌 고독과 불안을 차분하게 그린 단편들을 발표했고, 꾸준히 일본가 해외로 강연을 다니면서 어린이들이 가진 생명력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문학에는 어린이의 세계가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각박하고 소외된 현실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