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 시집을 내고 이십 년 세월이 흘렀다.
그간 다섯 권의 시집을 더 내고 여섯 번 학교를 옮겼다.
이제 팔월이면 정년퇴직이다.
초임 학교 발령장 받아 들고 용화 고갯길 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사십 년 세월이 훌쩍 지났다. 되돌아보면 감동 주던 선배들, 격려를 아끼지 않던 동료 직원들, 열정 넘치는 후배들과 함께 교단에 섰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시들을 여러 편 실었다. 감사해야 할 사람들과 갚아야 할 은혜들을 시집에 담고 싶어서였다.
구순(九旬)의 어머니와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 억겁의 인연으로 함께한 주위 고마운 분들께 깊이 엎드려 인사 올린다.
2019년 7월 고향 영동에서
병신년(丙申年) 원숭이해
올해 내 나이 딱 60이다.
여섯 번째의 시집,
시 60편을 실었다.
그런데 곰곰 생각 끝에
한 편을 더 넣었다.
그렇다.
어머니 뱃속에서 지낸
감사한 마음에 대한 몫이다.
우리는 가끔 어떤 숫자와
연관된 나름의 상상을 한다.
그렇게 하면 뭔가 의미 있고
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드니까.
과연 그럴까?
확실성은 없지만
그나마 맞댄 연결고리에
일말의 기대를 품고
병신년(丙申年)의 행운을
믿어보기로 했다.
삼십 년 만에 외손자가
내 품으로 온 것처럼.
2016 한여름 고향 영동(永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