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길
내가 언제부터 간호사가 되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간호사의 노래’를 부르면서 처음으로 막연하게나마 간호사가 되어 고통받는 사람들을 간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간호사를 나의 장래 희망으로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1963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에 입학하여 간호사의 꿈을 키우며 공부를 했고, 졸업 후 마침내 간호사가 되었으며, 간호사가 되어 아픈 사람들을 보살피고 간호하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수시로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고, 가난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다 때로는 법규를 어기기도 했다. 그 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 보장의 길을 고민하다 학문의 길로 들어서 늦은 나이에 외국 유학을 떠나 가족을 고생시키기도 했다.
그런 한편으로 나의 인생행로를 돌아보면, 나는 사람들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대학 시절 농촌계몽활동을 갔을 때 마을의 아이가 병에 걸린 것을 보고는 교수님들께 부탁하여 서울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고, 간호사의 인권이 짓밟혔다고 여겨졌을 땐 시위를 주도하여 병원의 높으신 분들과 맞서 싸우기도 했으며, 간호사들의 지위와 권익을 보호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각종 단체를 조직하고, 학술대회를 열고, 책을 내고, 정책 결정권자들을 만나 설득을 하고, 또 누구나 치료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법과 정책에 관심을 갖고… 그런 성향이 나를 정치의 길로 이끌었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게도 하였던 것 같다.
하지만 간호대학에 발을 디딘 후 지금까지 거의 5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나는 늘 간호사였고, 간호사인 것을 보람 있게 여겼으며, 간호사로서의 나의 일에 한결같이 열심을 다해 왔다. 이 책에는 그러한 나의 인생 여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비록 미흡한 글이지만 철들고 난 후의 내 인생의 축약판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간호사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특히 ‘간호사에의 꿈’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그 꿈을 좀 더 구체적으로 꾸게 하여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 글의 한 대목이라도 독자의 마음에 불씨가 되어 성공적이고 행복한 간호사의 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하는 소망으로 부족한 이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는 간호사의 길에 언제나 동행했고 이 책의 출간에 함께 해 준 사랑하는 제자들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10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