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일화를 보면, 우리 선인들은 진지한 듯하면서도 홀가분했으며 어두운 듯하면서도 밝았고 비관적인 듯하면서도 낙관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진지한 것에서 홀가분한 것을 얻고, 밝은 곳에서 숨겨져 있던 어두운 곳을 찾아내고, 비관적인 데서 낙관적인 것을 얻었으니, 그 오묘한 반전과 변용을 통해 선인들이 삶을 꾸려간 지혜와 재치, 고민을 만나게 된다. (...)
무엇보다 일화에는 다양한 인간상이 나타나 있다. 그들에게는 눈부신 인격이 있었고, 깊은 내면이 있었다. 예기치 못한 운명은 얼마나 애절하게 가슴을 치게 했던가. 사람은 어느 정도까지 악해질 수 있었나.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은 어중간한 자리에서 우물쭈물하며 한평생을 보내기도 했다. 일화는 선인들의 일한 삶의 모습을 구도가 잘 잡혀 있으면서도 넓은 여백을 가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