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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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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바디 버스>

바디 버스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반복되던 일상이 새롭게 보이고 낯선 세계가 펼쳐지죠. 제가 그랬습니다. 어느 날, 강의 중 의사소통에서 말투나 표정, 눈빛과 제스처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93%나 된다는 이야기인 ‘메라비언의 법칙’을 설명할 때였습니다. 예전에는 가볍게 다뤘던 내용이 그날 갑자기 언어‘를’ 열심히 연구하던 저를 언어‘만’ 다루는 불완전한 연구자로 느끼게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불편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고요. 신체 각 부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처럼 의사소통도 언어, 표정, 몸짓 등 표현방식 전체를 통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제스처’, ‘보디랭귀지’와 ‘비언어’가 들어간 제목의 책들을 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신화, 영화, 만화 등 문화콘텐츠의 캐릭터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캐릭터까지 살피게 된 이유는 몸이 표현되는 방식에 대한 자료를 모으던 중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슈퍼맨과 사이클롭스가 눈이 아니라 코에서 빔을 쏜다면?”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할 때 코가 아니라 귀가 커진다면?” “화가 난 헐크와 튜브는 왜 빨간색이 아니라 녹색일까?” “라푼젤이 단발머리였다면?”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가 망치와 방패를 바꾼다면?” 언어학, 보디랭귀지 및 문화콘텐츠 캐릭터까지. ‘몸’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기존 연구성과를 정리하면서 인지언어학자의 입장에서 몇 가지 규칙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재밌고 핵심이 되는 내용을 이 책 <바디 버스(BODY VERSE)>에 담았습니다. ‘바디 버스’라는 용어는 미래 성장동력 메타 버스(META VERSE)의 조어법을 따라 제가 만든 것입니다. ‘몸은 작은 우주’라는 소중하지만 진부한 메시지를 새롭고 재밌게 다시 보려고요. 상상은 일상적 의미들의 확장일 뿐입니다. 그리고 확장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상상이 우리의 체험을 기초로 하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생각해보면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인어, 눈에서 빔을 쏘는 히어로, 입에서 물이나 불을 쏘는 괴물을 생각해보면 상상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하지만 느낌은 스케치입니다. 그런 흐릿한 느낌을 구체화해야 지식과 지혜가 되어 자유롭게 갖고 놀 수 있습니다. 제가 찾은 발견이 그 놀이의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라 낯설게 느껴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마치 처음 가는 여행지처럼 설렘을 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2022년 봄 매지호수에서,

은유하는 마음

“두 개의 언어를 안다는 것은 두 개의 영혼을 갖는 것과 같다.”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언어, 나, 그리고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학부에서 공부를 할 때는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였는지 그런 말들이 학자들의 허세로만 여겨졌다. 그러던 어느 날 광화문의 한 서점에서 조지 레이코프의 책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내용이 낯설어 당시에는 거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인지과학의 성과들이 언어학에 매력적으로 녹아 있다는 느낌은 받았다. 그리고 이제 그동안 내가 궁금해하던 것들에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어로 인간 이해하기”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도 어떤 것이 문법에 맞는 말인지 가려내는 것도 좋지만 내게는 던져진 말에서 사람의 마음과 배경을 찾아내는 것이 신기하고 좋았다. 레이코프와 존슨에게 은유는 말을 꾸미는 부차적 장식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과정이다. 동상이몽同床異夢. 같은 침대에서 다른 꿈을 꾸듯이 우리는 같은 언어로 다른 대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그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사용하는 은유를 보면 된다. 은유는 한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이해하는 것이니 이해의 과정에 무엇을 가져다 쓰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은유는 나와 타인은 물론 그들이 속한 문화를 보여주는 맑은 거울이다. 이 책은 그 거울에 대한 이야기다. 제1부는 개념적 은유가 얼마나 일상적인지 소개하고, 제2부는 사람마다 문화마다 은유가 다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제3부는 개념적 혼성으로 언어표현들이 구축하는 정신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제4부는 우리 삶에 들어온 은유들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좋은 인연이 많았다. 2018년 중국철학자 김시천 교수님이 진행하던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에서 개념적 은유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했었고, 그 해 여름 보령 ‘책익는 마을’에서 개최한 ‘인문학 페스티벌’에 참여해 레이코프와 존슨의 ≪삶으로서의 은유≫라는 책으로 강연을 했다. 강연은 거의 망했다고 봐야겠다. 책이 어렵다는 평이 많았고, 오랜 기간 학자들 사이에서만 은유를 이야기 해 온 나는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그 후 2019년부터 학부에서 '한국대중매체와 담화분석'이라는 수업을 통해 한국, 중국과 일본에서 모인 제자들과 개념적 은유로 광고와 기사를 분석했다. 외국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되도록 쉬운 한국어로 설명해야 했고 핵심적인 이론들만 추려서 우리 주변의 많은 실례에 적용했다. 학생들이 어려워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주변에 존재하는 은유들을 발견하고 분석해 내며 재미있어 하는 모습에 인문학을 좋아하는 다른 분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은유가 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향을 싼 종이에 향냄새가 나듯이 내가 아는 은유와 혼성에는 조지 레이코프, 마크 존슨, 졸탄 쾨벡세스, 질 포코니에와 마크 터너의 향이 있다. 이 자리를 빌려 번역으로 이 책들을 국내에 소개하신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은유하는 마음≫은 이분들의 이론과 예시 및 그 번역들을 ‘다시 쓰기’한 것임을 밝힌다. 늘 곁에서 응원해 주신 김현철 교수님과 '인지란 무엇인지' 세미나 멤버들, '한국대중매체와 담화분석' 수업에서 시도 때도 없이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던 아래의 제자들, 이 책에 그림을 주신 오승은 작가님, 글을 보기 좋게 다듬어주신 박영사 황정원 선생님, 그리고 아이디어의 근원영역인 아내 박정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 들어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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