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좋아하고 즐겨 읽는 사람으로서, 나는 시를 읽고 늘상 시 속의 화자가 되어보곤 한다. 그러다보면 처음에는 어렴풋하게 느껴지던 시어나 시의 내용이 조금은 분명하게 나에게 다가온다고 느꼈다.
기존의 시 해설서들이 딱딱한 시론의 틀에서 설명하고 있어, 편하게 시를 대하려는 독자들에게는 마음 한 편으로부터 거북한 감을 주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차라리 해설서가 아닌 시만을 대해보기도 하지만, 시에 대한 막연한 느낌을 갖게되는 경우가 흔히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연구자가 아닌 독자의 시각에서 시를 읽으며 느낀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한 내용으로 채워나갔다. 때로는 나 자신이 시인이 되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독자의 입장에서, 때로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시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편하게 기술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의 내용들은 나의 생각이나 경험을 근거로하고 있지만, 아마도 독자들 또한 그러한 나의 입장에 쉽게 동의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나는 시를 다양한 방식으로 읽어낼 수 있다고 여긴다. 누군가가 평해놓은 평론이나 해설을 읽는 것도 시를 이해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어떠한 선입견을 버리고 자신이 그 시 속으로 들어가 침잠하는 것이 시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시험이나 과제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시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가장 좋은 매체가 아니던가. 이 책은 그저 편한 친구처럼 시를 대할 수 있는 방안을 보여준다고 여긴다. 이제 부족하나마 저자로서의 몫은 했으니, 나머지는 독자들이 판단해서 평가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2002년 4월 9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