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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古典)이란 현대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날 사람들이 읽고 감상하기에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냥 해묵은 고전으로만 취급하며 묻어버릴 것도 아니니 선뜻 가져다 읽기에는 어렵다. 형식이나 표기법도 까다로운데 주제와 내용까지 교훈적이고 무거운 것뿐이라는 선입견이 고시조를 한층 더 어려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에 고시조에는 교훈적인 것이거나 무거운 내용만이 아니라 재미있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작품도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엮는다. 여기에는 웃음을 주제로 한 시조, 허황되고 모순된 내용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시조, 파자(破字), 어희(語戱), 말 잇기, 의성어와 의태어, 반복어 등 즐겁게 읽으며 그 속에 숨은 언어유희를 찾아볼 수 있는 시조 작품들이 망라되어 있다. 성(性)과 남녀관계를 노래한 것과 부록 삼아 슬픔과 죽음을 노래한 것을 모아보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고전을 가까이하는 데 이 책이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



| 우리는 한자(漢字)를 독음(讀音)으로만 배웠기 때문에 운(韻)을 잘 모른다. 한자에는 운이 있기 때문에 운으로 읽으면 마치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시(詩)가 산문(散文)과 다른 점은 운이 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국악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면 이처럼 흥겨운 가락이 있는가 하고 놀라게 되고,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래 가사를 자막으로 보여주면 많은 가사들이 어려운 한문으로 되어 있어 새삼 놀라게 된다.
우리 고전문학에서 사람들의 사상과 감정을 가장 진지하고 솔직하게 표현한 것으로 고려가요와 장시조를 꼽는다. 또 성(性)에 대한 대담하고 노골적인 표현을 거리낌 없이 한 것을 들라면 아마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고려가요와 장시조를 들 것이다. 고려가요는 고려 말엽의 극도로 혼란하고 내일에 대한 희망조차도 보이지 않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의 퇴폐적인 사회상과 개인이 아닌 사회 집단의 정서를 나타낸 민요라고 한다면, 장시조는 우리 고전문학의 문예부흥 시대라 일컫는 조선 영.정조 시대에 집단이 아닌 개인적 정서를 노래한 시가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하겠다.
한시(漢詩)의 문장을 시조화한 것들은 어려운 말이 많아 우선은 그것을 읽어낼 지식이 필요하다. 구어체 시조들은 시어가 평시조에 쓰인 것들보다 고상하고 우아한 맛이 떨어진다고 하겠으나 봉산탈춤이나 양주별산대놀이에 나오는 대사(臺詞)와 비교해본다면 속되다고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런 장시조들을 한마디로 평한다면 야하지만 속되다고 할 수는 없는 것(野而不俗)이 아닌가.
이 책은 이제까지의 시조 관련 도서에서 흔히 했던 것처럼 장?단시조로 구분하지 않고, 시조가 수록된 가집을 비롯하여 문집이나 간혹 발견되는 사본 등에서 장시조만을 뽑아, 읽고 감상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상세한 주석과 그 작품과 관련된 사항들을 가능한 전부 망라하여 작품 이해에 보탬이 되도록 하였다. 현대를 사는 독자들이 고전을 좀더 편하게 접하고 감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장시조는 운문체의 시가문학이 산문체로 변화하는 과정에 더욱 발전한 것으로 시조에는 틀림이 없으나 일정한 규칙이 없어, 짓는 사람들이 자신의 유식함을 과시하기 위해 어려운 한문체의 문장들을 그대로 가져다 썼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또 이를 보거나 창(唱)을 듣고 그 나름대로 짓기 때문에 많은 유사가(類似歌)가 생겨나서 별개의 작품으로 다루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처음 장시조 주석서를 낸 이후에 그동안 새로 발굴된 것을 추가하고, 같은 작품이라도 가집에 따라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같이 수록하였고 몇몇 작품은 새롭게 주석을 하였다.
장시조를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마침 나는 <장시조 연구>라는 책을 출판한 적이 있다. 이 책을 보다가 혹시라도 장시조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자 한다면 참고로 하는 것이 좋겠다. 장시조에는 내용이 어려운 것이 많아 나름대로 주석을 상세히 달았으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깨우쳐주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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