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올해가 어린이날을 만든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올해에 동시집을 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어린이’라는 말을 방정환 선생이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린이날을 만들고 어린이 헌장도 만들었습니다.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고 있을 때 어린이에게 희망을 걸었습니다. 위대하신 분으로 제가 가장 존경하며 우러러 받들고 있습니다. 동시집 이름을 ‘말 잘 듣는 아이’로 정한 것도 방정환 선생님의 뜻을 받드는 생각입니다. ‘말 잘 듣는 아이’란 쑥쑥 자라야 할 나무를 자르고 비틀고 철사로 감아서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게 한 분재처럼 어린이를 어른이 윽박질러서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는 말 잘 듣는 아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어린이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의 생각을 존중해야 합니다.
1부에서는 이웃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았고, 2부에서는 감사하는 생각을 그렸습니다. 3부에서는 삶의 뿌리 즉 밑바탕이 되는 생각을 찾으려고 했고, 4부에서는 아름다운 마음을 나타내려고 했습니다. 5부에서는 어린이가 품고 있는 소중한 재산인 꿈, 즉 상상의 세계를 그리려고 했습니다.
구작을 개작한 작품도 섞여 있는데, 신작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제가 평소에 개작을 했던 것입니다. 그늘진 곳에 있는 어린이들도 기죽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당당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려고 했습니다만…….
2022년 가을
동심이란 무엇인가? 여러 사람의 많은 이론이 있는데 나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순수한 마음을 동심이라 생각합니다. 순수한 마음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가장 순수하고, 자라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차츰 순수성이 퇴색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는 만물을 자기와 동일시합니다. 생물 무생물 모두 자신처럼 생각하고 말을 하고, 좋아하고 싫어하기도 한다고 하는 물활론의 마음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남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더 편하게 살려고 하고 남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입니다. 물활론의 생각, 욕심 없는 생각이 동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동심은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있을 것입니다. 얼마나 물활론의 마음에 가깝고, 욕심이 덜 하냐에 따라서 동심의 차이가 날 뿐이지 동심만 가진 사람도 동심이 전혀 없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동심에는 불가능이 없다는 것.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