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그가 쓴 시가 표적을 향해 달리는 불안한 화살이거나 궤도 밖으로 튕겨난 위성처럼 두렵고 막막한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도 그 풍경은 '인간에 의한 예술이 인간을 위한 예술'로서 무엇인가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갖는다. 범박한 희망이지만, 나의 시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시인의 말'에서)
역사는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과거는 절대 과거가 아니다. 해석된 과거다. 그런 기록 속에 미시적인 참된 가치는 매몰되어버리기도 한다. 현재의 역사는 그런 것들을 다시 조명한다. 그리고 해석의 연역적 방법을 발굴하기도 한다. 구름 속의 흐릿한 빛을 통해 읽었던 과거의 역사는 현재와 대화하면서 다시 빛을 발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미래에 편입된다. (중략)
한일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 시점에, 일본의 깊은 산속에서 평생 도자기만 빚다가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그때의 사기장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들은 오늘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던 그들의 생애를 지금 우리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것이 궁금했다. 그들을 다시 소환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