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랑해도 외롭고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습니다. 사랑을 받아도 외롭고 사랑을 받지 못해도 외롭습니다. 그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입니다. 저는 이 책이 그 본질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데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롭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사랑하기 위하여.
이 동화는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진정한 사랑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지, 고통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깊게 생각해보고 싶어서 씌어진 동화입니다. 저는 이 동화를 쓰는 동안 진정한 사랑에는 슬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슬픔을 어머니로 하고 눈물을 아버지로 한다는 것을, 사랑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바로 고통 때문이라는 것을,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면 바로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도 제가 한 말, 어머니가 하신 말씀, 존경하는 스님이나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 또 작가나 선현들의 말씀이나 속담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 말씀들은 모두 제 인생에 용기를 준 영혼의 양식들입니다. 저는 지금 그 말씀의 양식을 오병이어(五餠二魚)처럼 나눠 먹고 싶습니다. 바구니에 담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예수에게 건네준 소년의 마음이 되고 싶습니다.
누구의 인생이든 쉽고 행복하기만 한 인생은 없습니다. 부자에서부터 가난한 자에 이르기까지 인생은 참으로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어떤 때는 벼랑 끝에 홀로 서 있는 듯할 때가 있고, 광막한 광야를 한 마리 벌레처럼 헤매는 듯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추운 겨울 저녁에 먹는 뜨끈한 국밥 같은 위안과 격려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바로 그러한 것들입니다. 한마디 말이 내 일생을 바꾸어놓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이 절망에 빠진 나를 구원해줄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로 빙벽처럼 굳었던 마음이 풀릴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로 지옥과 천국을 경험할 수 있고,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갈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찌를 수 있고, 한마디 말이 갓 퍼담은 한 그릇 쌀밥이 되어 감사의 눈물을 펑펑 쏟게 할 수가 있습니다.
나를 떠나버린 시들을 불러 모아 몇 날 며칠 어루만져보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떠나보낸다.
나무 밑에 있다가 새똥이 내 눈에 들어가 그만 장님이 된 심정이다.
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고 읽는 사람의 것이다.
시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만인을 위한 것이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께서는 ‘모든 인간에게서 신을 본다’고 하셨다. 나
는 그 말씀에 기대어 모든 인간에게서 시를 본다.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사람의 가슴속에는 누구나 시가 가득 들어 있다.
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
잘 가라.
고통이 인간적인 것이라면 시도 인간적인 것이겠지.
시집에도 슬픈 운명이 있어 ‘김영사 비채’에서
다시 개정증보판을 내는 기쁨은 크다.
저는 이 책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 세상 여기저기 조약돌처럼 흩어져 있는, 그러나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작은 사랑의 이야기들이 시골에 계신 어머니의 목소리이자 사랑하는 사람의 따스한 손길이길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다이아몬드도 어둠 속에 두면 다이아몬드가 아닙니다. 다이아몬드는 빛을 비춰주지 않으면 그 광채가 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너를 위하여 내가 무엇이 되지 않으면 나는 존재 할 수가 없습니다. 썰물과 밀물이 한 몸이듯이, 실과 구슬이 한몸이듯이, 그늘과 햇빛이 한 몸이듯이 나는 바로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시를 통해 인간으로서 가치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왔으나 과연 가치 있는 삶을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내 시를 필요로 하고 영혼의 양식으로 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버린 적은 없다.
이 시집은 불가해한 인간과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두가지 요소, 즉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쓰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을 준비하는 동안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내내 잊지 않았다. 비록 설화이지만 참수당한 자신의 머리를 두 손에 들고 걸어간 생드니 성인의 사랑과 고통 또한 잊지 않았다.
(…)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나의 또다른 나인 아내에게, 무엇보다도 나의 당신인 절대자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우리의 인생은 지극히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루고 싶은 거대한 꿈이나 간직하고 싶은 커다란 희망이나
맛보고 싶은 크나큰 행복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보일 듯 말 듯 홀로 웃고 있는 아기부처님의 잔잔한 미소와
바람 부는 날 들녘에 핀 개망초꽃의 작은 흔들림과
실낱같이 가늘디가늘게 밤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과
연꽃잎 위에 앉아 있는 이슬방울과
사랑하는 이의 따스한 입김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결국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루고 싶은 거대한 꿈이나 간직하고 싶은 커다란 희망이나 맛보고 싶은 크나큰 행복도 결국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도 결국 사랑을 하거나 얻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행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을 하기도 어렵지만 사랑을 얻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불행해지며 사랑 때문에 행복해집니다. 우리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이는 늘 긍정적이고 밝고 맑지만 또 어떤 이는 늘 부정적이고 어둡고 우울합니다. 도대체 왜 그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그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사랑이 있는 삶과 사랑이 결핍되거나 부재된 삶의 차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봄볕처럼 따스한 사랑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인간의 진정한 사랑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며 사랑에 무엇이 필요한지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은 결국 사랑을 필요합니다. 사랑은 사랑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입니다. 이 책은 동화의 방법으로 사랑을 이해하기 위하여 쓴 책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이 책을 통하여 진정한 사랑에는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깊게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는 한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1987년 ‘민음의 시’로 간행된 시집 『새벽편지』를 ‘오늘의 시인 총서’로 내게 되었다. 이번이 세 번째 개정판이다. 서른일곱 살 때 낸 시집을 일흔넷의 나이에 다시 내게 돼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다.
1987년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큰 아픔이 있었던 해이다. 1월엔 박종철 열사, 6월엔 이한열 열사의 슬픈 시대적 죽음이 있었다. 거리엔 ‘6월민주항쟁’의 불꽃이 타올랐고, 최루탄 가스가 명동성당 앞까지 자욱했다.
그 시대를 살던 한 사람 청년 시인으로서 나는 「새벽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그날의 편지」, 「폭풍」, 「꽃다발」, 「산새와 낙엽」 등의 시를 쓸 수밖에 없었다. 『새벽편지』는 고통스러웠던 시대의 모든 거룩한 죽음 앞에 바치는 시집이다. 시대의 아픔은 아물어 강물처럼 흘러가도 그 시대에 흘린 시의 눈물은 영원하다.
-2024년 가을 - 개정판 시인의 말
우리는 배고플 때
밥을 먹지 밥그릇을 먹는 게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밥그릇을 먹고 있다.
시는 밥이지 밥그릇이 아니다.
결국은 인간이라는 밥
사랑이라는 밥
고통이라는 밥…….
그 밥 한 그릇을
박항률 그림에 연밥처럼 고이 싸서
그대에게 올린다.
먼데서
그리움의 새벽 종소리가 들린다.
2015년 3월 봄날에
우리는 배고플 때
밥을 먹지 밥그릇을 먹는 게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밥그릇을 먹고 있다.
시는 밥이지 밥그릇이 아니다.
결국은 인간이라는 밥
사랑이라는 밥
고통이라는 밥…….
그 밥 한 그릇을
박항률 그림에 연밥처럼 고이 싸서
그대에게 올린다.
먼데서
그리움의 새벽 종소리가 들린다.
2015년 3월 봄날에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오직 사랑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기쁨만으로 충만해 있는 때가
바로 사랑이 시작될 때입니다.
스무살의 나이가 된 여러분들은
지금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사막의 바람같이 뜨겁고 거칠게 불어오는 그 사랑의 바람을
결코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통스럽기 때문에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밥을 먹지 않고 배부르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은 일입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오직 사랑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기쁨만으로 충만해 있는 때가
바로 사랑이 시작될 때입니다.
스무살의 나이가 된 여러분들은
지금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사막의 바람같이 뜨겁고 거칠게 불어오는 그 사랑의 바람을
결코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통스럽기 때문에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밥을 먹지 않고 배부르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