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마 떨어지지도 마 아무것도 없는데
한여름에 먹는 수박 맛도 느낄 수 없잖아
우리는 죽기 직전까지 어떤 마음을 선택해야 하고
밤이 되면 슬픈 눈을 갖게 되는 것도
천국이 있다는 아름다운 말을 믿는 것도
너는 아니, 인간에게 울음은 왜 있는 걸까, 네 슬픔에 기대도 될까
버스를 타고 오는 창문에 입김을 불었어
네 눈동자를 그려봤어 자꾸 지워지는데 그런 슬픔은 잔인하지
(…)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공간은 어디에서 끝날까
어둠과 빛 사이에 무릎을 꿇게 만드는 것들
찬란한 애수, 검은 기쁨들……
내가 듣고 말하는 것이 모두 썩어 없어진다면
그냥, 서글픈 이파리, 눈이 부시다가
바람결에 날아가도 좋아
그냥, 이런 하찮은 마음 같은 거, 그러니까
이건 나의 마지막 편지
더이상 네게 묻지 않을게
네 슬픔을 기도하는 것도 안도하는 것도
나는 아직 사람이 되지 않았는데
너는 그래서 사람이 되었어?
네가 있는 곳에도 눈이 올까?
나는 미친 듯이 궁금해
너는 아니, 어떤 질문이든 뭐가 필요해
됐어, 견뎌내느라 애썼어, 너의 눈동자 같은 기쁨으로
2021년 1월